시민들, 몰카범 폰 빼앗아 경찰에 넘겼는데 '무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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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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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지하철 몰카범을 잡아 증거로 스마트폰까지 경찰에 넘겼지만 놓아줘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7일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남현 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회사원 유모(46)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유씨는 지난해 7월 14일 한 지하철역에서 네 차례에 걸쳐 여성의 신체 부위를 스마트폰으로 몰래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이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을 때 유씨를 수상하게 여긴 시민들이 그의 스마트폰을 가진 상황이었다. 시민들은 유씨가 스마트폰에 저장된 파일을 삭제할까 봐 경찰이 올 때까지 자신들이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로부터 넘겨받은 스마트폰에는 여성의 신체를 찍은 영상이 확인됐고, 이후 경찰은 유씨를 현행범 체포하고 스마트폰을 임의제출 받아 압수했다.

조사 과정에서 유씨도 공소사실을 자백했다. 그런데도 왜 그는 무죄를 선고받은 것일까.

남 판사는 "이런 압수·수색·검증은 영장에 의하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즉, 해당 스마트폰이 적법절차에 따라 확보된 물증이 아니므로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남 판사는 또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강제처분으로 경찰이 얻은 정보는 증거능력이 없다"며 "피고인의 자백을 보강할 증거가 없고, 자백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에 해당해 이를 유죄 증거로 삼을 수는 없으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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