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케어 홈페이지 첫날부터 먹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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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3호 19면

관료주의와 폭포수 방식이 만나면

2013년 10월, 18세 이상 모든 미국민이 접속해 의료보험 상품에 가입해야 하는 ‘온라인 건강보험 거래소(HealthCare.gov)’ 사이트가 첫날부터 다운됐다.

미 보건복지부는 급히 컨설팅업체 맥킨지를 찾아 문제점을 찾도록 요청했다. 결과는 재앙이었다. 맥킨지는 “폭포수 방식에 익숙한 관리들이 개발이 완료된 이후로 테스트를 미뤘고, 마감시한에 쫓기면서 충분한 테스트를 하지 못했다”고 적시했다. 폭포수 방식은 개발을 시작하기 전에 상세한 청사진을 마련하지만, 문제가 없는지는 마무리 통합 단계에서야 확인이 가능하다. 오바마케어 웹페이지 역시 테스트시 사용자 500명이 동시에 접속하면 먹통이 됐지만, 개발 단계가 끝났다는 ‘정치적 보고’로 인해 웹페이지 개설일(10월 1일)은 그대로 유지됐다.

비벡 쿤드라 전 백악관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최신 기술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제대로 모르는 관리자가 여러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로이터는 “사용자 계정을 만들때 동시에 너무 많은 파일과 소프트웨어를 불러오도록 잘못 설계돼 단순한 수정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뒤늦게나마 애자일 개발 방식으로 전환했다. 오바마케어 웹페이지는 지속적인 버그 수정, 소규모 인터페이스 정비 등 각 기능 별로 개발자 5~10명이 팀을 이뤄 매일매일 사이트를 개선한 결과 이듬해 3월 극적으로 회생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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