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옥 조각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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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일』은 54년 제3회 국전 대통령상 수상작이다.
이보다 앞서 39년에 제작한 『유동』과 같은 소재를 다룬 작품으로 『유동』의 배경인 곡선적 초가를 직선적인 초가로 바꾸고 오른쪽에 아기를 업은 소녀위치에 토끼장을, 전면의 앉은 소녀위치에 토끼를 대치한 연작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작품은 『유동』이 가졌던 시대적 감응의 감상적이고 암울한 분위기보다는 한층 명랑하고 강렬한 표현으로 일관하고있다. 『한일』은 보불전쟁과 내란을 피하여 바르비존으로 은신했던「밀레」 등의 작가들이 취했던 목가적 소재와 공통된 요소를 많이 지녔다.
다만 한국의 풍물이 그들과 다를 뿐이다.
용의주도한 뭇 어린이의 배치 백·황·적·군청·황토 등의 배색과 강한 음양대비가 화면에 긴장감을 조성, 한결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다.
혼란한 시대의 목격자로서 토속적 정경을 심혈을 기울여 표현코자한 흔적을 볼 수 있는 향수에의 기록이다.
심신이 극도로 황폐했던 당시의 도시인들에게 평화에의 향수를 일깨워. 주는 목가적인 한 장면을 그의 중후한 인품처럼 탄탄하게 그려낸 역작이요 대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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