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위의 열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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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영국의 BBC방송은 언젠가 『과학자와의 대담』프로를 방영한 일이 있다. 과학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긴 「갈릴레이」「뉴튼」「허셀」「다윈」「파스퇴르」등 다섯 사람이 방송 스튜디오에 나와 유명한 과학사가인「H·호스킨」과 대담을 나누는 프로였다. 물론 그들이 현재 생존해있는 것으로 가정한 픽션이다.
이 대담중 과학하는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보여준 결론부분이 인상적이다.
먼저 「호스킨」은 「갈릴레이」에게 지동설에 대한 교황의 파문을 묻자 「갈릴레이」는 대답했다. 『나 자신은 죄를 범한 것이 아니었으니 구원을 받을 수도 없어. 나쁜 일이라도 했었다면 용서를 빌수 있었겠지만 말이야.』 그 다음 「호스킨」은 「뉴튼」에게 질문했다. 『아들 딸도 없이 고독하게 연구에 바쳤던 생애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는 내가 세상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든 관여할 바 아닐세. 나는 항상 소년시절 해변가에서 조약돌을 줍던 그대로였던것 같아. 예쁜 조약돌을 찾아내어 좋아하면서도 진리의 대해는 여전히 미발견인채 내 앞에 누워 있다고 생각하던 때 말이야.』
「다윈」에게는 『진화론을 발표하는데 20년, 이 이론이 인간에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밝히는데 12년이 걸렸습니다. 그 신중성이 사고의 혁명을 일으키는데 지장은 없었는지…』라고 물었다.
「다윈」은 『나에 대한 비판, 즉 「그는 홀륭한 관찰자이지만 추리력이 모자란다」 는 말은 맞지않아. 종의 기원은 처음부터 하나의 긴 논증이었지. 어떤 가설이라도 사실과 명백히 다를 때는 서슴없이 내버리려고 노력했을 뿐이야』라고 대답했다.
「호스킨」은 「파스퇴르」에게도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은 이론적 연구에도 큰 공헌을 하셨지만, 무서운 병(광견병) 으로부터 인류를 구출하셨습니다. 이론과 실제중 어느쪽에 만족을 느끼십니까.』『자네는 기초과학과 응용과학과의 관계를 잘 모르는군. 그것은 나무 위에 열리는 열매와 같은것이지. 문제는 과학과 그 응용이야.』
한국의 노벨상이라고 하는 「한국과학상」의 첫번째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주로 연구실에서 묵묵히 기초과학을 해온 분들이다. 나무가 튼튼해야 좋은 열매를 맺는다. 더구나 노벨상에도 없는 수학분야까지 들어 있어 「과학한국」의 앞날을 밝게 한다. 더 좋은 연구가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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