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세포의 배신?' 뇌종양 주변 면역세포 많으면 치료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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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주변에 면역 세포가 많을수록 방사선·항암제 치료가 어렵다. 사진은 뇌종양 환자를 촬영한 모습[중앙포토]

뇌종양 주변에 면역 세포가 많을수록 방사선·항암제 치료가 어렵다. 사진은 뇌종양 환자를 촬영한 모습[중앙포토]

뇌종양 주변에 면역 세포가 많을수록 암이 악성으로 변할 확률이 높고, 항암 내성이 생겨 치료가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엠디엔더슨 등 협력 연구 #뇌종양과 주변 조직 유전체 분석 결과 #특정 면역세포 늘면 암 치료 어려워 #"항암+면역 조절 뇌종양 치료 성공률 높일 것" #보건복지부 지원 연구로 국제 학술지 개제

삼성서울병원 난치암연구사업단은 미국 잭슨랩·엠디앤더슨 암센터와 협력 연구를 통해 뇌종양(교모세포종) 조직과 주변 면역세포(M2 대식세포·CD8+ T세포)의 유전체 분석을 진행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뇌종양 중에서도 가장 악성으로 꼽히는 교모세포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교모세포종은 종양의 성장 속도가 다른 것보다 빠르고 항암 치료에 내성이 생기기 쉬워 진단 후 생존 기간이 1년여에 불과하다.

연구팀은 먼저 뇌종양 환자의 암 조직과 그 주변 세포의 유전체를 분석했다. 그 뒤 이들 중에서 방사선·항암 치료를 받고도 암이 재발한 환자를 선별해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유전체를 분석해 두 결과를 비교했다.

이에 따르면 유전체 분석 결과 환자의 55%는 초기에 발생한 암과 재발암의 성격이 같았지만, 45%는 재발하면서 치료가 어려운 유형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이런 변화는 암 주변에 있는 면역세포 중 'M2 대식세포'가 증가했을 때 주로 나타났다.

면역세포와 항암 치료 간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암 주변 면역세포 중 'M2 대식세포'가 더 많을수록 방사선 치료에 저항이 생겨 치료가 어려웠다. 면역세포인 'CD8+ T세포'가 많을 땐 항암제 치료 시 돌연변이가 더 많이 생겨 역시 내성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종양 환자가 방사선 치료를 받는 모습. 뇌종양 주변에 특정 면역세포가 많으면 방사선 치료가 잘 듣지 않는다. [중앙포토]

뇌종양 환자가 방사선 치료를 받는 모습. 뇌종양 주변에 특정 면역세포가 많으면 방사선 치료가 잘 듣지 않는다. [중앙포토]

이는 역으로 뇌종양 주변의 면역세포 생성을 막으면 항암 치료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남도현 교수(신경외과)는 "기존 항암 치료에 면역세포를 조절하는 면역 치료를 병용하면 뇌종양 치료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사업단의 신진희 팀장은 "면역세포 중 M2 대식세포를 억제하는 약물은 현재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선도형 특성화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연구 논문은 암 분야 국제 학술지인 ‘캔서 셀(Cancer Cell)’ 인터넷판에 실렸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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