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토론방] 대통령의 언론사 상대 損賠소송 제기-"언론 기능 위축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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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대통령이 '악의적 보도'를 한 언론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것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통령은 보통사람이 아니다. 엄청난 특권과 더불어 책임이 부여된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헌법을 수호할 책무'다. 따라서 대통령은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적극 수호해야 하고 이를 위협하는 행위를 저지해야 한다.

더욱이 공직자는 일반인과 다르게 어느 정도 명예훼손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국가의 법이론이다. 이는 공직자의 명예보다 언론의 자유를 우선시함으로써 감시와 비판 기능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특히 고위 공직자들에겐 불공정하거나 부정확한 언론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론을 펴고 정정을 요구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관행은 시급히 개선돼야 할 과제이긴 하지만 소송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 더욱이 대통령은 비판적인 언론 보도에 초연하게 대응함으로써 언론자유 수호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대통령의 이번 소송을 계기로 공직자들의 무리한 명예훼손 소송이 증가한다면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의 기능이 위축된다. 결국 공직사회는 개혁의 시기를 놓칠 것이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더욱 감소할 것이다.

장호순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