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7일>비행기 짐값으로 자칫 6백만원 날릴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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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콜을 받고 오전 6시 30분 기상했다. 어제 냉장고에 보관해 두었던 생선 및 젓갈류를 다시 배낭에 패킹한 후 7시 아침밥을 먹고 호텔 셔틀버스를 이용해 공항으로 향한다.

10시 20분 방콕발 카트만두행 비행기. 어제와는 사뭇 다르다. 실제 전투지인 네팔로 향해서일까? 별다른 문제없이 비행기 앞에까지 다가갔다.

그런데 탑승하기 직전 한 여직원이 헐레벌떡 뛰어와 우리를 제지한다.짐이 너무 크다며 바닥에 내려 놓으라고 한다.

우린 긴장상태에 들어갔다.‘걸렸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아무 문제없다. 한국에서도 비행기에 잘 싣고 왔다”고 해명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막무가내였다. 정말 큰일났다고만 생각했다.

만약 오버차지를 낸다면 약 6백만원의 거금이 날아갈 판이다. 아무리 간 큰사람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듯이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을 하였다.

혹시 바닥에 내려놓으면 공짜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분좋은 생각을 했다. 서툰 영어 솜씨로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이 짐을 비행기 바닥에 내려 놓으면 공짜냐?’
여직원의 말 “공짜!”

우리는 정말 간 떨어지는 줄 알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비행기에 올라 우리의 배낭을 옮기는 직원들의 모습을 내려다 본다. 가볍게 들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 한 직원이 두개의 배낭을 동시에 들려고 시도한다.

우린 속으로 웃었다.그 직원은 갑자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하나씩 낑낑거리며 짐을 옮긴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한 개의 무게가 50Kg을 넘는 배낭인데다 속에는 된장, 젓갈, 생선 등 이들에게는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것인데 친절하게 옮겨주는 것을 보며 웃음이 절로 나왔다.

기분좋게 웃으면서 좌석에 앉아 네팔의 하늘로 날아간다.네팔시간으로 오후 2시(한국 시간 오후 5시15분)쯤 카트만두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짐을 빠짐없이 점검해 공항을 빠져나간다. 갑자기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선발대로 네팔에 먼저 들어온 윤혁준, 홍순덕 대원이 본대를 마중나왔다. 빌라에베레스트 앙 도르지사장도 공항에 나와 플래카드까지 펼치며 대환영을 해준다.

숙소로 들어와 사다 및 셀파 쿡들과 간단히 미팅을 가졌다. 오늘 하루 한 것은 없지만 대원들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젖어있다.

구름낀 하늘, 네팔에서의 첫날밤은 이렇게 지나갔다. 순덕이형의 믹스 3개국어(한국, 영국, 네팔) 실력에 감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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