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4명 목숨 앗아간 부산 '싼타페'사고, 차량결함 100억원대 소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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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부산시 감만동 신선대부두 방향 네거리에서 싼타페 차량이 길가에 세워진 트레일러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일가족 5명 중 4명이 숨졌다.  [사진제공=부산소방본부]

2일 부산시 감만동 신선대부두 방향 네거리에서 싼타페 차량이 길가에 세워진 트레일러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일가족 5명 중 4명이 숨졌다. [사진제공=부산소방본부]

 지난해 일가족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싼타페 참변’ 유가족들이 차량결함을 증명할만한 자료를 모아 10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8월 부산 싼타페 사고 유가족 “급발진 정황 확인” #현대차 “급발진으로 보지 않아...법정에서 소명할 것”

4일 유가족 측 변호인단은 “검찰이 ‘운전자 과실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고, 지난 1년간 전문가를 섭외해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사의 과실 등 차량 결함을 증명할만한 자료를 수집했다”고 소송제기 이유를 말했다.

문제의 산타페는 지난해 8월 2일 정오쯤 부산 남구 감만동 한 주유소 앞 도로를 지나가다 갑자기 트레일러를 들이받았다. 사고 당시 싼타페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에는 “차가 왜 이러냐”는 운전자의 말과 함께 차량이 속도를 제어하지 못한 채 급하게 좌회전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 사고로 운전자 한모(65)씨만 살아남고, 조수석에 타고 있던 아내 박모(60)씨, 뒷좌석에 타고 있던 당시 세 살배기 남아 1명, 생후 3개월 된 남아 1명과 딸 한모(33)씨가 그 자리에서 숨졌다.

변호인단이 제기하는 의혹은 2가지다. 운전자가 가속 페달(액셀러레이터)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밟았다면 순간 속력이 100㎞를 넘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변호인 측은 “차량 분석 결과 15초간 급과속을 한 것으로 나오는데 한씨가 액셀러레이터를 15초간 밟았다면 속력이 100㎞를 넘어야 하는데 당시 속력은 90㎞ 수준이었다”며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서 급과속된 게 아니라 차량이 급발진했다는 정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혹은 차량이 전복되지 않은 점이다. 변호인 측은 “차량 현장 실험 결과 액셀러레이터를 15초간 밟아 급과속하자 차량이 전복됐다”며 “사고 차량은 전복되지 않았고, 이 점 때문에 검찰에서도 ‘운전자 과실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종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로 크게 부서진 싼타페. [중앙포토]

사고로 크게 부서진싼타페. [중앙포토]

소송을 제기한 유가족은 교통사고로 부인과 딸, 손자 2명을 잃은 당시 싼타페 차량 운전자 한씨와 사위 최모 씨, 한씨의 아들 등 3명이다.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사망자들이 사고를 입지 않았을 때 거둘 수 있었던 추정 수익과 위자료 등을 합해 총 100억원에 이른다.

유가족은 싼타페 제조사인 현대자동차와 부품 제조사인 로버트 보쉬코리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보쉬코리아는 한씨의 변호인 측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고압 연료펌프’를 현대자동차에 납품한 업체다. 유가족 변호인단은 고압펌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언론을 통해 여러 번 제기됐는데도 현대차가 리콜 조치를 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현대차 관계자는 “고압 펌프에 문제가 있다고 내부 제보자가 의혹을 제기했지만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최근 모두 확인됐다”며 “유가족이 고압 펌프 이상으로 급발진 했다고 주장하는 정황에 대해 법정에서 하나씩 소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9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차량 파손 정도가 심해 엔진 구동에 의한 시스템 검사가 불가능하다’며 차량 결함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운전자 한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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