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융개혁 '자객' 기무라 中企대출 전문銀 세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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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난세(金融亂世)의 자객(닌자)'으로 불리던 일본의 젊은 금융인이 직접 은행을 창립하겠다고 나섰다.

일 금융청의 고문이자 금융컨설팅 회사 KFi의 사장인 기무라 다케시(木村剛.41.사진)는 20일 "중소기업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일본 신코(振興)은행'을 내년 4월까지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지난해 9월 금융개혁을 기치로 내건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경제재정.금융상의 '부실정리 특별프로젝트팀'에 전격 기용됐으며, 이후 금융계.재계로부터 '자객'으로 불리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일본의 부실채권 문제는 정상기업처럼 보이지만 속으로 썩어 있는 30개 대기업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들에 대한 조기 처리를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또 문제가 되는 30개사에 대출을 해준 은행들은 이들이 부실화돼 있다는 전제 아래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며, 그 과정에서 은행이 적자를 내거나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지면 공적자금을 무제한 투입해 은행을 국유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도쿄(東京)대 경제학부 출신으로 일본은행에서 은행감독의 전문가로 통하던 그는 금융위기에 대처하지 못하는 일본은행의 우유부단한 행태에 불만을 품고 1998년 KFi를 차려 독립했었다.

정.재계 수구세력의 저항에 못이겨 결국 지난해 말 일선에서 후퇴했던 기무라는 "중소기업이 죽어선 일본에 가망이 없다"며 청년회의소(JC) 멤버와 손잡고 이번에 다시 은행 창업에 나서게 됐다. 자본금 30억엔으로 설립될 새 은행은 지점을 두지 않고 직원 수도 50명 이하로 억제할 방침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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