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성추행 피해 여성에게 '막말' 의혹 여검사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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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사건을 조사하던 여검사가 피해자에게 '막말'을 했다는 진정서가 접수돼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에 나섰다.

3일 인권위는 "서울 지역 검찰청의 A검사가 성추행 피해 여성을 조사하면서 인권과 평등권을 침해했다"는 진정이 지난 4월말 접수됐다고 밝혔다.

진정을 접수한 피해자 B씨는 지난 2013년 9월 14일 오전 0시쯤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업계 선배로부터 강제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B씨는 업계에서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망설이다 3년이 지난 지난해 이 남성을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 추행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그런데,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뒤 A검사는 B씨를 조사하면서 “피해의식이 있느냐”, “무고죄로 고소하려고 했다”는 등의 막말을 했다는 것이 B씨의 주장이다.

B씨에 따르면 A검사는 “저녁 6시가 넘었는데 왜 밖에 나가느냐”, “조심성이 없다”, “형사법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개인적으로 해결하라”는 등의 말도 했다고 한다. 또 B씨는 “지난해 11월 검찰에 오라는 연락이 왔을 때 성폭력 트라우마로 불안증이 심해 신뢰관계인의 동석을 요구했지만 검사가 이를 단번에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A검사가 “연배가 같은데 우리가 어릴 때 가슴을 만지고 도망가는 사람도 있었지만 참고 넘기지 않았느냐”는 말도 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검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사건을 불기소 처분으로 종결했다. B씨는 이에 불복해 서울고법에 재정신청을 내는 한편 대법원에도 재항고한 상태다. B씨는 “이런 황당한 말을 검사로부터, 그것도 여검사한테서 듣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검찰청 측은 “A검사는 인권위에 접수된 진정에 대해 진술서를 내고 ‘그런 사실이 없고 오해를 한 것’이라고 해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막말 여부 등 정확한 사건 경위에 대해 조사 중이다”고 밝혔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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