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 잡수세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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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8호 04면

대전보건대 전통조리과 종신교수를 지내고 현재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회 위원으로 있는 김상보(67) 박사는 진중하게 한식을 연구하고 있는 학자 중 한 명입니다. 최근 출간한 『한식의 도(道)를 담다』에서 그는 한식이라는 것에 앞서, 음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차분하게 설명합니다.

“타인에게 밥상을 차려 올릴 때 ‘진지 잡수세요’라고 말한다. 진지의 한자에서 진(進)은 ‘천(薦)’이라는 의미로 ‘받들어 올린다’는 뜻을 내포하고, 지(止)는 ‘마음’ ‘예절’을 의미한다. 그러니 ‘진지 잡수세요’라는 청유는 ‘정성을 다하여 만든 이 음식을 받들어 올리니 드십시오’라는 뜻이 들어있다. 이 말은 밥상을 받는 사람에게 음식 만드는 사람의 노고를 생각하면서 겸손하게 음식을 받아먹어야 할 의무 또한 부여한다.”

만드는 이는 최대한 정성을 다해 준비하고 먹는 이는 감사한 마음으로 남기지 않는 것이야말로 인간으로서 음식을 대하는 제대로 된 태도일 것입니다.

지난주 북리뷰에서 소개한 『한식의 품격』이 우리에게 제대로 된 한식이란 무엇인지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주었다면, 이 책 역시 잘못 알려진 한식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고자 합니다. “고문헌이나 원전을 신중하게 규명하지 않은 채 구전이나 정통성 없는 조리서를 베끼고 참고한 탓에 재료나 조리법에 오류가 많은데도 이를 의심 없이 수용하면서 오류가 계속 오류를 낳은 형국이 되었다”는 학자의 반성은 새겨들어야 할 말이 아닌가 싶네요.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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