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장진호 용사들 만난 날…한국 찾은 '흥남철수 영웅' 후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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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남철수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입니다."

흥남철수작전 영웅 포니 대령 후손 #해병대 1사단 방문…'포니路' 걸어 #"피란민 목숨 구한 6·25 전쟁 영웅"

지난 28일(현지 시간) 미국을 첫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버지니아주 콴티코시 미 해병대 국립박물관이었다. 그 중에서도 문 대통령은 박물관 안의 장진호 전투 기념비 앞에 섰다. 장진호 전투는 6·25 전쟁 중인 1950년 11월 26일부터 12월 11일 함경남도 개마고원 장진호에서 벌어진 전투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28일 오후(현지 시간) 미 버지니아주 국립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방문해 묵념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28일 오후(현지 시간) 미 버지니아주 국립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방문해 묵념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의 부모는 흥남철수 과정에서 '메러디스 빅토리호(號)'를 타고 9만1000여 명의 피란민과 함께 경남 거제로 왔다. 문 대통령은 그곳에서 태어났다. 장진호 전투가 없었다면 흥남철수도 없었고, 자신도 없었다는 점을 문 대통령은 강조했다. 자신의 뿌리가 한·미 동맹에서 비롯됐다는 의미다.

같은 시각 '흥남철수작전의 영웅'이라고 불리는 고(故) 애드워드 포니(Edawrd H. Forney) 대령의 후손들은 한국에 있었다. 포니 대령의 외손녀 앨리스 크루그(Alice Krug·60)와 증손자 벤 포니(Ben Forney·31)가 29일 경북 포항시에 위치한 해병대 1사단을 방문한 것.

지난 29일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에서 포니 대령의 외손녀 앨리스 크루그(오른쪽)와 증손자 벤 포니가 포니 대령 기념비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해병대 1사단]

지난 29일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에서 포니 대령의 외손녀 앨리스 크루그(오른쪽)와 증손자 벤 포니가 포니 대령 기념비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해병대 1사단]

포니 대령은 흥남철수작전 당시 미 10군단장 알몬드 소장을 설득해 10만여 명의 피란민을 구한 6·25 전쟁의 영웅이다. 53년 휴전 후에도 3년간 한국 해병대 수석 군사고문관으로 근무했다. 특히 미 해병 제1전투비행단이 포항비행장에서 철수하자 활주로 방어, 전략기동부대로서의 중요성을 미 정부에 알려 해병대 1사단이 포항기지로 이전하는 데 기여했다.

해병대 1사단은 포니 대령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10년 사단 안에 포니로(路)를 만들고 역사관과 기념비를 세웠다. 이번에 해병대 1사단을 방문한 포니 대령의 후손들도 포니로를 거닐며 대령의 공적을 되새겼다.

에드워드 포니 대령(왼쪽)이 1950년 12월 흥남철수작전을 완수한 공로로 에드워드 알몬드 미 10군단장으로부터 훈장을 받고 있다. [사진 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

에드워드 포니 대령(왼쪽)이 1950년 12월 흥남철수작전을 완수한 공로로 에드워드 알몬드 미 10군단장으로부터 훈장을 받고 있다. [사진 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

외손녀 앨리스 크루그는 "67년이 지난 오늘까지 외조부를 기억해 준 해병대에 감사드린다"며 "전장의 위급한 상황에서 피란민들의 목숨을 소중하게 생각한 외조부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해병대 1사단장 최창룡 소장은 "6·25 전쟁 당시 피란민들을 구한 그의 애민정신과 해병대 1사단의 포항 주둔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포니 대령의 한국 사랑을 사단의 역사로 남겨 기억하고 있다"며 "포니 대령의  후손들이 사단을 방문한다면 언제라도 환영한다"고 전했다.

포항=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지난 29일 해병대 1사단장 최창룡 소장과 포니 대령의 후손들이 부대 안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해병대 1사단]

지난 29일 해병대 1사단장 최창룡 소장과 포니 대령의 후손들이 부대 안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해병대 1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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