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덩어리 만져지면 침샘암 의심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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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7호 28면

일러스트=강일구 ilgo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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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샘 종양과 침샘암은 우리 몸에서 침의 분비를 담당하는 침샘에서 발생하는 종양과 암이다. 침샘은 침을 분비하는 기관으로, 침은 우리 입과 목, 소화 기관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선 입과 목을 건조하지 않게 유지하며 섭취한 음식의 소화를 돕고 입과 목의 염증을 억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내서 연간 360여 명 진단 #50대 이상 연령층서 발병 #유해 화학물 노출 피하고 #자주 만져서 조기 발견을

일러스트=류준선국립암센터 이비인후과 교수

일러스트=류준선국립암센터 이비인후과 교수

침샘은 크기가 큰 주침샘과 작은 소침샘으로 나뉜다. 주침샘은 귀의 아래쪽 앞쪽에 위치한 귀밑샘(이하선), 턱뼈의 아래 쪽에 위치한 턱밑샘(악하선), 혀의 아래쪽 입안의 바닥에 위치한 혀밑샘(설하선) 이렇게 3개가 좌우에 위치해 쌍을 이루고 있다. 이외에도 입과 목의 점막에 작은 침샘(소침샘)들이 거의 1000개 정도 분포하고 있다.

침샘 종양은 침샘에서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덩어리를 의미하며 크게 2가지로 구분된다. 양성 침샘 종양은 덩어리는 만져지지만 위험하거나 다른 부위로 번지지 않는 종양(덩어리)이다. 문제는 악성 침샘 종양인데 이것이 바로 침샘암이다. 침샘암은 성장하고 전이하는 속도와 암세포 특성에 따라 다시 고악성도 침샘암과 저악성도 침샘암으로 분류한다.

침샘에 발생하는 덩어리는 인구 대비 10만 명당 11명 정도에서 발생한다. 특히 고령에서 침샘 종양의 빈도가 증가한다. 침샘 종양의 80% 정도는 양성 종양이다. 악성 종양인 침샘암의 추정 발생 빈도는 10만 명당 1.5명 정도다. 침샘암은 두경부암 중 약 6%, 전체 암 중 0.3%를 차지하는 매우 드문 암 종의 하나이다. 국가 암 등록사업 연례보고서(2009년)에 따르면 국내에선 연간 총 361명이 침샘암으로 진단됐다.

침샘 종양과 침샘암의 대표적인 증상은 덩어리가 만져지는 것이다. 오히려 통증이 있거나 피부가 빨갛게 되는 발적이 있는 경우는 종양보다 염증에 더 가깝다. 아무 증상 없이 무통성의 덩어리가 촉진되는 경우가 침샘 종양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물론 종양과 염증이 같이 있는 경우,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침샘암이 많이 진행된 경우는 얼굴 마비 등의 신경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침샘 종양의 경우 50대 이상의 연령에서 많이 발견되기 때문에 침샘이 있는 위치를 자주 만져 보는 것이 좋다. 이는 유방 촉진에 의한 유방암 조기 검진과 유사하다. 그래서 부모님을 찾아뵐 때는 꼭 부모님 얼굴을 한번씩 만져 보는 게 좋을 듯싶다. 따뜻한 애정의 표현과 더불어 침샘 종양 여부도 확인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조기 발견이 중요한 이유는 치료 성공률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침샘암의 3분의 1 정도가 고악성도 침샘암이며, 나머지는 저악성도 침샘암으로 분류한다. 삼성서울병원 통계를 보면, 저악성도 침샘암은 잘 번지지 않으며 성장 속도도 매우 느린 편이고 재발도 매우 적어 거의 90% 이상의 10년 생존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예후가 좋다고 알려진 갑상선암에 필적하는 치료 결과이다.

고악성도 침샘암은 전이가 생기기 시작하면 5년 생존율은 44% 미만이다. 반면 전이가 발생하기 전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은 75% 이상이다. 따라서 빨리 발견만 하면 치료 가능성이 훨씬 크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검사해 진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침샘 종양과 침샘암으로 의심되면 2가지 검사를 받는다. 하나는 영상 검사로 종양의 형태와 크기를 파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바늘로 종양 세포를 꺼내 현미경 검사를 하는 세포 검사이다. 삼성서울병원 통계에 따르면 이 두 가지 검사로 90% 이상에서 고악성도 침샘암 여부를 알 수가 있다. 만일 고악성도 침샘암으로 예상되면 전이 여부에 대한 검사를 추가로 하고 긴급히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

침샘 종양과 침샘암의 대표적인 치료는 수술적 제거술이다. 고악성도 침샘암의 경우 침샘암뿐만 아니라 주변의 림프절에 대한 수술을 같이 하게 돼 수술 범위가 다른 침샘 종양에 비하여 더 크다. 수술 후 방사선 치료 또는 항암방사선 치료도 해야 한다. 반면 저악성도 침샘암과 양성 침샘 종양의 경우에는 침샘에 국한된 수술만 한다. 양성 종양은 수술 절제로 치료가 끝나고 일부 저악성도 침샘암은 수술 후 방사선 치료를 추가하게 된다. 만일 침샘암이 수술로 치료할 수 있는 부분 밖으로 전이가 있는 경우에는 방사선 치료 또는 항암 치료가 주요 치료법이 된다.

침샘에 종양과 암이 발생하게 되는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바이러스 감염, 유전적 변형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아직 확실한 연구 자료는 없다. 다만 50~60세 이상의 고령, 방사선 노출, 유해화학물질 노출은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유해환경을 피하고 안전장비를 잘 착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50~60세 이상 고령자들은 침샘 종양과 침샘암을 조기에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침샘에 덩어리가 만져지는 경우에는 반드시 이 덩어리가 무엇인지 검사를 통해 진단을 받아야 한다. 통증 같은 증상이 없다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참에 부모님의 얼굴을 한번 꼭 어루만져서 침샘 종양을 확인하는 착한 아들·딸이 되어 보는 건 어떨까.

정한신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두경부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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