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켜줄게요" 경찰 총격에 울부짖는 엄마 위로한 4살배기 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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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네소타에서 경찰의 총격을 보고 패닉 상태에 빠져 울부짖는 엄마를 4살배기 딸이 위로하며 진정시키는 영상이 공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상 속 모녀는 경찰차 뒤에 타있고, 아이의 엄마는 두 손이 뒤로 묶인채 수갑을 차고 있다. 이들에게 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사진 CNN 홈페이지]

[사진 CNN 홈페이지]

공개된 영상 속, 아이의 엄마인 다이아몬드 레이뇰즈는 불안정한 모습이다.

딸 : 괜찮아요, 엄마.

엄마 : 경찰이 이런 짓을 저질렀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어!

경찰차 뒷자리에 있던 레이뇰즈는 울부짖으며 욕과 고성을 내질렀다.

시간은 지난해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레이뇰즈는 딸을 데리고 남자친구인 필란도 캐스틸과 차를 타고 이동중이었다. 교통단속에 나선 경찰은 이들이 탄 자동차를 정차시키고 면허증과 보험증서를 요구했다. 한쪽 브레이크 등이 고장났다는 것이 이유였다.

캐스틸은 순순히 경찰 요청에 응했고, 정중히 "제가 차에 총기를 두고 있다는 것도 말씀드려야 겠군요(Sir, I have to tell you I do have a firearm on me)"라고 말했다. 경찰이 순순히 보내주지 않고, 차량을 수색할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하지만 이 말과 함께 상황은 급변했다. 경찰은 "그럼 총기에 손을 대지 말라. 꺼내지 말라"고 했고, 캐스틸은 "총기를 꺼내는게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면허증을 보여준 데에 이어 캐스틸은 차량 글러브박스에서 보험증서를 꺼내려던 참이었다. 그 순간, 경찰은 총을 꺼내 운전석에 앉아있던 캐스틸에게 총 7발의 총격을 가했다. 차에는 레이뇰즈와 그녀의 딸도 함께였다.

차 안은 비명과 울음 소리로 가득했다. 레이뇰즈는 "당신은 지금 내 남자친구를 죽인거예요"라며 소리쳤고, 캐스틸은 "총에 손 댄적 없어요"라고 흐느꼈다. 경찰은 뒷자리에 타고있던 레이뇰즈의 딸을 먼저 경찰차로 옮겼고, 이어 레이뇰즈에게 수갑을 채워 경찰차에 태웠다.

숨이 멎어가는 남자친구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던 레이뇰즈는 경찰차에 타고서 이성을 잃고 말았다. 슬픔에 울부짖는 한편, 총을 쏜 경찰을 저주하는 말을 퍼부었다.

딸 : 엄마, 괜찮아요. 내가 바로 엄마 옆에 있잖아요.

딸은 너무도 초연하게 엄마 레이뇰즈를 다독이며 위로했다. 하지만 레이뇰즈는 계속해 소리를 지르며 슬퍼했다.

딸 : 엄마, 욕하고 소리지르는 것 그만해요. 난 엄마도 경찰의 총에 맞는 것을 원치 않아요.

그제서야 레이뇰즈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갔다.

엄마 : 그래, 엄마한테 뽀뽀를 해주겠니?

딸   : (엄마에게 포옹과 뽀뽀를 하며) 내가 엄마를 지켜줄게요.

엄마 : 그래, 괜찮을거야. 알겠어. 이리온. 정말 경찰이 이런 짓을 저질렀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구나.

한편, 캐스틸의 죽음으로 인한 경찰의 과잉 대응 논란에 총을 쏜 경찰관 예로니모 야네즈는 2급 살인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법원은 최근 야네즈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이에 격분한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가두시위를 벌였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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