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백 거절한 게 비난받을 일인가요?"

중앙일보

입력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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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장애인의 고백을 거절했다는 한 여성의 사연이 올라왔다.

자신을 28살 직장인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한 달 전부터 매주 관심 분야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총 5명이 참여하는 모임의 장을 맡은 사람은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장애인으로 긍정적이고 활달한 성격이라고 한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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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부터 모임장은 “집 근처인데 술 사줄 테니 나오라”고 밤에 뜬금없이 전화하거나 퇴근 시간에 맞춰 회사를 찾아와 “데려다주겠다”고 하는 등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현했다. 작성자는 온갖 핑계로 둘러댔지만, 그는 작성자의 집 앞까지 찾아와 “창문에 불 켜진 거 보니까 집인 것 같은데 술 먹게 나오라”는 황당한 일을 벌이기도 했다.

“남자친구와 같이 있으니 곤란하다"는 말도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했다. 바로 다음 날이면 모임장에게 전화가 왔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껄끄러워진 작성자는 잘 나가던 모임도 포기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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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모임장의 끈질기고 일방적인 구애로 퇴근길에 주위를 살피며 조심히 가게 된 자신의 모습을 견딜 수 없었던 작성자는 모임장에게 “연락도 안 하시고 허락도 없이 불쑥불쑥 집이나 회사로 찾아오는 거 부담스럽고 남자친구도 싫어해서 너무 곤란하다. 이제 스터디도 사정상 못하니 사적인 연락은 자제해주시라”며 확실하게 의사를 전달한다.

곧 모임장이 전화로 “내가 뭘 잘못해서 화났냐. 남자 대 여자로 호감이 생겨 다가간 것뿐”이라고 했고 작성자는 “열 살 이상의 나이 차뿐 아니라 이성으로도 느껴지지 않고 일방적인 호감인데 말도 없이 개인 공간에 찾아와 다짜고짜 불러내는 건 무례하고 기분 나쁘다”며 솔직한 생각을 말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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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의 말을 들은 모임장은 “장애인이라 그러는 거 다 안다. 편견 없는 제대로 된 사람인 줄 알았는데 편견덩어리다. 내가 사람 잘못봤다”며 작성자를 비난했다. 이에 화가 난 작성자는 “모임장님도 장애있는 여자 만나기 싫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왜 나는 만나야 하냐”고 지적하며 “하반신 마비면 곁에 있는 사람의 손이 많이 가고 포기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 연애 혹은 결혼 생활 중 장애를 얻은 것도 아닌데 왜 내가 그런 고생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례한 사람이랑 연애해야 하냐”고 분노를 토했고 곧바로 연락처를 차단했다.

모임 사람들에게 이상한 말이 전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작성자는 단체 메신저를 통해 자신의 여태 당했던 상황과 그간 느꼈던 심정을 전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모임장이) 장애인이라 (작성자가)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말뿐이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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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는 장애 유무를 떠나 일방적인 호감에 사적인 공간을 멋대로 침범하고 연락을 계속하는 모임장이 정상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모임장이) 무례하게 대하지 않았더라도 장애인은 만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글을 접한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장애인인지 비장애인인지 상관없이 작성자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관계를 맺는 당사자인 작성자의 의사가 핵심이지 주변 사람들의 지나친 참견까지 신경 쓸 필요 없다는 것이다.

조회수가 26만 이상을 돌파하며 해당 글이 폭발적인 관심을 받게 되자 작성자는 일부 내용을 추가했다. “모임장이 불쌍하지도 않냐. 너무하다. 천벌 받을 것”이라는 반응에 대해 “장애인이 동정을 받아야 하는 사람인가? 친척 중 장애인이 있지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장애인을 동정하지 않는다”고 솔직한 생각을 드러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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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나는 지금까지 일반여자들만 만나봤고 장애인 여자는 만나본적 없다. 그런 여자들이랑은 앞으로도 만날 생각이 없다. 서로 부족한 부분 채워주며 살아야 하는 게 사람인데 둘 다 장애인이면 누가 누굴 돕겠냐. 한명이 장애인이면 한명이라도 정상인이여야 한다"는 모임장의 말에 소름 돋았던 경험을 언급하며 모든 장애인에 대한 일반화가 아닌 모임장 한 명에 관한 얘기니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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