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번역한 기술책 남한서도 볼 수 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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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이제 북한 인력이 번역한 외국의 기술서적들을 남한 국민이 볼수 있게 됐어요. 남북이 한층 가까이 다가간 셈이죠"

최근 평양을 방문해 인민대학습당(우리의 국립도서관) 최광렬 부총장과 기술도서 번역사업 계약을 체결하고 돌아온 (주)영진출판 한상진(韓相振.42.사진) 사장.

韓사장은 이번 방북에서 해외의 기술서적에 대해 북측이 번역한 결과물을 e-메일이나 CD롬으로 받고, 감수작업은 (주)영진출판 측이 하기로 북측과 합의했다. 이와 함께 이 출판사가 발간한 IT 기술서적을 북측과 함께 영어와 일어, 중국어로 번역해 해외에 수출한다는 데에도 합의했다.

"우리 민족은 세계 최초의 목판 인쇄물인 다라니경을 발명하는 등 세계 최고 출판기술의 피가 흐르고 있잖아요. 남북이 힘을 합치면 더욱 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어요. 또한 우연한 기회에 북한에서 번역한 도서들을 봤는데 번역이 수준급이었습니다."

韓사장이 이 사업에 관심을 가진 배경이다. 그러나 그는 현대를 비롯한 대북 투자 기업들이 경영 압박을 받는 모습을 보며 한때 마음이 약해졌다. 무엇보다 주위에서 '북한과 접촉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포기할 생각도 가졌다.

그러나 韓사장은 의향서 교환을 비롯해 사전 접촉을 온라인으로 끝내는 방안을 통해 이런 문제점을 돌파했다.

"사전접촉 비용으로 1원도 쓰지 않았습니다. 모든 협의는 북측과 온라인 상에서 이뤄졌고 첫 방북, 첫 만남에서 계약을 체결했지요. 이런 방식은 북에서도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남북 경협의 새로운 모델로 윈-윈 할 수 있는 사례를 만든 것이지요."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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