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내년 서울대회에 북한 여성들 초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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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5월이면 인종과 피부색이 다른 수백명의 전세계 여성지도자들을 서울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된다. 장관.국회의원 등 여성정치인, 내노라 하는 기업의 여성 경영인, 그리고 시민사회를 이끌어 가는 여성단체 지도자 등이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여성지도자대회(Global Summit of Women)'가 열리기 때문.

이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21일 내한한 이레인 나티비다드 의장은 "새까만 양복이 아니라 울긋불긋한 차림의 다양한 여성들이 수백명씩 모여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일은 상상만해도 멋있지 않냐"고 말문을 열었다.

일명 '여성을 위한 다보스 정상회의'로 불리는 이 대회는 전세계 여성 최고 지도자들의 교류의 장. 1990년 캐나타 몬트리얼에서 첫 회의가 열린 이후 올해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70여개 나라 6백여명 여성지도자들이 참가하는 매머드급 대회로 성장했다.

"유엔.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각종 국제회의에는 여성들을 잘 끼워주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우리가 주체적으로 모여 여성파워도 보여주고 서로 도움도 주고받자고 모임을 만들었지요."

서글서글한 인상에 목소리에서 열정이 배어나오는 그는 필리핀 출신 미국인. 미국 여성정치연맹 회장, 미국 근로여성국가위원회 의장 등을 역임해 인종과 성차별의 장벽을 넘어 드물게 성공한 아시아계 여성으로 꼽힌다.

"방글라데시이든 노르웨이이든 여성이 처한 현실은 비슷합니다. 저임금에 육아문제를 떠맡아야 하며 창업을 해보려해도 담보가 없어 대출을 받을 수도 없지요."

본인 스스로도 개인적인 노력과 실력만을 밑천으로 성공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은 나티비다드 의장은 "여성들이 이같은 경험을 서로 주고 받으면서 힘도 얻고 실질적인 아이디어도 얻어가게 된다"고 대회의 의의를 설명했다.

"내년 서울 대회에서는 북한의 여성 공직자와 기업인도 초청하려 합니다. 또 대회 사상 처음으로 무역박람회도 함께 열 것 입니다.

그는 서울대회에서는 특히 '기술'에 촛점을 맞춰 모든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대회가 탁상공론이 아닌 아주 실용적인 정보를 공유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또 장관급 여성정치인 40여명도 참가해 리더쉽에 대한 논의도 하게된다.

현재 한국 정부가 4명의 여성장관을 임명한데 대해 반가움과 놀라움을 표시한 그는 "이 대회는 한국의 여성파워를 세계에 자랑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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