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15 남북 공동행사 결국 무산…무슨 속사정 있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00년 6월 15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의 첫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6ㆍ15 공동선언 17주년을 기념하는 남북 공동행사가 북측의 비협조로 결국 무산됐다.

남측위 "여러 물리적, 정치적 상황 감안해 공동행사 남북 분산 개최하기로" #지난 5일 북측은 "공동행사 평양서 열자"고 답한 뒤 묵묵부답

6ㆍ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남측위) 이창복 상임대표의장은 9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여러가지 물리적, 정치적 상황을 감안해 (문재인정부 들어 첫번째인) 6ㆍ15 행사의 평양 공동 개최가 어렵게 됐으며 남북이 분산해서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새 정부가 아직도 6ㆍ15 공동행사 보장에 관한 분명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점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앞서 남측위는 지난달 31일 통일부에 대북접촉 승인을 받은 뒤 북측과 팩스를 통해 공동행사 협의를 진행해 왔다. 남측위는 개성에서 공동행사를 열자고 제안했고, 북측은 지난 5일 평양에서 열자고 수정 제안해왔다.

이후 남측위는 9년만의 공동행사 개최를 위해 북측 제안을 수용하겠다는 의사 표명과 함께 초청장을 기다렸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남측위는 올해도 남북 공동행사 대신 남북이 분산해 6ㆍ15 기념행사를 열기로 결정했다.

6ㆍ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9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6ㆍ15 선언 17주년 기념 남북 공동행사 개최 무산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6ㆍ15 행사는 남과 북, 해외에서 각각 분산개최 형식으로 열릴 예정이다. <김록환 기자>

6ㆍ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9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6ㆍ15 선언 17주년 기념 남북 공동행사 개최 무산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6ㆍ15 행사는 남과 북, 해외에서 각각 분산개최 형식으로 열릴 예정이다. <김록환 기자>

이승환 남측위 공동대표는 “남북관계 발전에 기여하고자 공동행사를 기획했는데 (개최장소를 놓고) 남북간 갈등이 증폭되면 오히려 관계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남측위 관계자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 선언으로 남북간 통신선이 단절된 상황에서 일주일도 남지 않은 6ㆍ15 행사를 공동 개최하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어려운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남측 민간단체들의 인도적 대북지원을 거부하면서 6.15 선언 및 10.4 선언의 이행이 더욱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나 정작 9년만의 6.15 선언 기념 공동행사 개최 요구에도 호응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북측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을 간접 표출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 대해 "북한이 도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국제적 고립과 경제적 난관 뿐이고 발전의 기회를 잃을 것"이라고 규탄했다.

한편, 통일부 이유진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6ㆍ15 선언 및 10ㆍ4 선언 등 과거 기존의 남북간 합의사항을 이행해 나간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으며 현재의 남북관계 단절은 한반도 안정 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