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영국 총선, 테러 최대 이슈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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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사진 영국 총리실 홈페이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사진 영국 총리실 홈페이지]

 오는 8일(현지시간) 실시되는 영국 총선에서 테러 방지 대책이 최대 이슈로 떠오르는 가운데 4일 테리사 메이 총리가 발표한 '이슬람 극단주의 박멸' 공약이 논란을 빚고 있다.

메이 총리 "이슬람 극단주의 색출" 공약에 #'사상만으로 범죄 안 돼' vs '극단주의 막아야' 격돌 #前경찰간부 "메이가 경찰 예산 줄여 범죄 취약해져" #코빈 노동당 대표 "집권하면 경찰 1만 명을 새로 고용"

이날 메이 총리는 이슬람 극단주의를 잇따른 테러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지금까지보다 훨씬 엄격하게 이슬람 극단주의를 색출하고 박멸해야 한다"고 말해 찬반 양론을 일으켰다. 테러 행위를 예방하고 처벌했던 종전의 대테러 정책에서 벗어나 이슬람 극단주의라는 사상 자체를 억제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사상을 범죄화하겠다는 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이라며 "메이 총리의 말대로 될 경우 영국인은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반정부적인 생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자로 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네차이퉁은 "테러리스트의 압도적 다수가 이슬람 극단주의에 연관돼 있다는 사실에서 눈을 돌려선 안 된다"며 메이 총리의 발언이 적절하다고 평했다.

메이 총리가 과거 내무장관 재직 당시 경찰 예산을 대폭 줄여 경찰의 범죄 대응 능력이 크게 저하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직 경찰 간부인 피터 커크험은 4일 영국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지난해 영국 내 총기 및 흉기 범죄가 대폭 증가했다. 정부가 경찰 예산을 계속 삭감한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지난달 22일 맨체스터 테러 이후 경찰 인력이 늘어났다는 메이 총리의 말도 거짓이다. 기존 경찰관들이 휴일도 반납하고 16시간 교대근무를 하면서 공백을 메우고 있다"고 폭로했다.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 [BBC 캡처]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 [BBC 캡처]

과거 테러 방지 대책에 신중론을 폈던 코빈도 이번엔 입장을 180도 바꿨다. 이날 런던 유세에서 코빈은 "경찰은 테러를 막기 위해 필요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며 경찰의 강경책을 옹호하고 나섰다. 코빈은 지난 2015년엔 "테러 용의자를 사살하는 것은 아주 위험하고 비생산적"이라며 테러 강경 진압을 비판한 바 있다.

또 코빈은 메이 총리의 경찰 예산 감축 논란을 지적한 뒤 "싼 값으로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는 없다"며 "노동당이 집권하면 경찰 1만 명을 새로 고용하고 보안 인력을 1000명 이상 확충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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