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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거주 혼혈인은 아직도 '찬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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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그런데 이런 분위기는 워드가 슈퍼볼 MVP로 선정됐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몇 년 전 한국계 3세 혼혈인 브룩 리가 미스 유니버스에 선정됐을 때도 이처럼 들뜬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녀에 대한 관심이었을 뿐 대다수 평범한 혼혈인에 대한 우리 국민의 시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거주 혼혈인의 약 40%가 차별에 따른 고통을 겪다 자살 시도까지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 사회의 순혈주의에 따른 배타주의가 얼마나 심했으면 그들로 하여금 삶을 포기할 생각이 들도록 했을까. 일각에선 워드에게 '또 하나의 한국인' 이라는 이름 아래 명예 시민증을 수여하자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또 하나의 한국인'을 환영하기 이전에 '우리 곁의 한국인들'부터 챙겨야 하는 것 아닐까.

방성아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2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