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대북 제재, 북한군·정부 정면 겨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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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1일(현지시간) 대북 독자 제재안은 북한의 군과 정부를 정면으로 겨눴다. 제대 대상 단체 10곳 중엔 인민군·인민무력성(국방부 격)·국무위원회가 포함됐다. 제재 대상이 기존 노동당 39호실, 군수공업부 등 ‘부서’에서 ‘기관’으로 확대된 셈이다. 사실상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군부 전체를 포함했다.

대상에 인민군·인민무력성부터 #김정은 통치기구인 국무위까지 #핵·미사일 개발·운영기관 모두 포함

인민군은 산하에 전략군사령부를 두고 핵과 미사일을 관리하며 시험발사를 하고 있다. 한국의 국방부에 해당하는 행정기구인 인민무력성 역시 전략군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국무위원회를 제재 대상에 넣은 것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다. 국무위원회는 북한이 지난해 6월 헌법을 개정해 신설한 국가주권의 최고 정책 기관이다. 기존의 국방위원회를 대체하는 기구다.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 지도부의 돈줄 역할을 하는 노동당 39호실 등을 제재 대상에 포함한 데 이어 이번 제재로 미국은 당·정·군 등 북한 체제 자체를 겨냥하고 있어 정부는 “역대 최고 수준의 대북제재”라고 평가하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국가 통치 조직인 국무위원회를 제재 대상에 올림으로써 북한의 대외 활동을 꽁꽁 막아 핵과 미사일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제재의 효용성에 대해선 엇갈린 분석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만들려면 해외에서 부품을 들여와야 하는데 군과 인민무력성뿐만 아니라 북한 내각의 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제재의 영향이 기대 수준에 못 미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진희관 인제대(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이 워낙 폐쇄적인 사회인 데다 경제 부문에서도 대외 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아프긴 하겠지만 체제를 흔들 수준은 되지 못할 것”이라며 “오히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북한이 군사적 위협을 고조시키며 반발 수위를 높이는 명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개인 기업이 없는 북한에서 제재 대상이 된 기관이나 단체가 명칭을 바꾸거나 담당자들이 위장 업체 또는 가명으로 활동할 경우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는 2일 대북 인도 지원과 남북 종교 교류를 위해 민간단체들의 대북 접촉을 대거 승인했다. 북한 주민 접촉 신청의 경우, 정부가 별도의 승인 절차 없이 신청서를 접수하면 승인으로 간주하지만 그동안은 접수 유예 형식으로 접촉을 불허해 왔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순수한 인도 지원과 종교 교류”라며 8곳에 대한 승인 사실을 밝혔다. 이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민간 교류에 대해선 유연하게 검토해 나간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며 “이번 역시 이 같은 원칙을 적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달 두 단체의 접촉을 승인했다. 이로써 북한 주민을 접촉할 수 있는 단체는 10곳으로 늘어났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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