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세상] 링컨에게 배워야 할 대통령과 언론의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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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대통령과 언론의 바람직한 관계는 무엇인가. 미국 대통령 세명의 사례를 통해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먼저 언론과의 악연(惡緣)으로 시종한 닉슨 대통령이다. 1960년 그는 세계 최초의 TV 대선토론에서 존 F 케네디에게 밀린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해 근소한 표차로 낙선한다. 68년 재도전해 당선된 그는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언론과의 관계가 가장 불편했던 대통령 중 한명으로 꼽힌다.

그는 베트남 전쟁을 끝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으나 당선 후엔 오히려 전쟁을 확대한다. 반전 시위가 확산하면서 비판 여론이 들끓자 언론에 적대적 태도를 취했다. 언론의 공정성을 문제삼아 국민의 반감을 조장하면서 정부의 언론개입까지 시도했다.

이에 따라 많은 언론의 비판이 한때 주춤했다. 언론 통제정책이 일정한 성공을 거둔 셈이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 등 용기 있는 일부 언론의 워터게이트사건 추적 보도로 결국 임기 중 하야한 첫 미국 대통령이 됐다.

둘째로는 언론을 잘 활용한 케네디 대통령이다. '뉴프런티어, 새로운 젊은 미국'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당선된 그는 취임 초 한때 언론과의 관계가 틀어졌다.

이에 그는 "신문은 볼 가치가 없고, 더 이상 읽지 않겠다"고 맞선다. 그러나 61년 쿠바 카스트로 정권에 대한 피그만 침공작전은 1천1백13명 전원이 포로로 잡히는 실패로 끝났다.

그는 다음날 TV에 출연해 실패를 인정하면서 "신문을 읽고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고 고백했다. 여기서 얻은 교훈으로 그는 다음해 소련이 배치를 시도했던 쿠바 핵 미사일 위기를 잘 극복하는 등 국민에게 사랑받는 대통령이 됐다.

마지막으로 불편한 언론과의 관계를 슬기롭게 극복한 링컨 대통령이다. 수많은 언론은 공화당 후보 시절은 물론 대통령 당선 후에도 "원숭이 같은 사람, 독재자, 야비한 사람" 등으로 그에 대해 인신공격을 해댔다.

하지만 그는 감정적 대응 대신 남북전쟁의 승리와 국가 통합에 헌신하면서 유머와 정직으로 대응한다. 그를 부당하게 비방했던 신문 대다수를 오늘날 볼 수 없는 것이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지금 한국 상황은 어떤가. 노무현 대통령은 메이저 신문 비판에서 나아가 일부 신문을 상대로 명예훼손 및 2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언론과의 법정다툼이 시급한 일은 아니지 싶다. 북핵. 경제.교육.노사문제 등 지금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국가 현안이 산처럼 쌓여 있지 않은가.

盧대통령은 후보 시절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링컨 대통령을 꼽았다. 미국 방문 때 바쁜 일정 중에 직접 링컨 기념관을 찾을 정도였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盧대통령의 성공을 바라고 있다. 그것이 곧 우리나라의 성공이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언론과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할 것인가.

김택환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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