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살린 40석 국민의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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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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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일단 초대 내각 인선의 돌파구를 찾았다. 문 대통령이 29일 ‘공직 배제 5대 원칙’의 준수 입장을 직접 표명한 데 이어 국민의당이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표결에 협조하기로 하면서다.

문 대통령 “양해” 당부한 날 #“대승적 차원서 인준안 협조” #민주당과 합하면 통과 가능 #한국당·바른정당은 반발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대선 때 공약한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등 공직 배제 5대 원칙을 어겼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과 관련, “지금의 논란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같은) 준비 과정을 거칠 여유가 없었던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야당 의원들과 국민께 양해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마련하면서 공약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임을 다시 한 번 약속드린다”고 했다. 이어 “그것(5대 원칙)이 지나치게 이상적인 공약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야말로 원칙이고,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며 국정기획자문위와 청와대 인사수석실·민정수석실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새 인사 기준을 마련해달라는 당부를 했다.

문 대통령은 동시에 “제가 (10일) 당선 첫날 곧바로 총리 후보자 지명을 한 것은 최대한 빠르게 내각을 구성해서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고 인사탕평을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늦어지고, 정치화되면서 저의 노력이 허탈한 일이 됐다”는 발언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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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의 ‘양해’ 발언이 유감 또는 사과 발언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진솔한 양해”라고만 했다. 문 대통령의 직접 발언뿐 아니라 해석으로도 ‘사과’가 아니라고 강조한 것이다.

야당도 해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그러나 “대승적 차원에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호남 기반 정당으로서 호남 출신 총리를 비토하기 부담스럽다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 입장에서 현재로선 인준에 필요한 재적의원 과반수 조건(299명 중 150명)을 충족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120명)과 국민의당(40명), 정의당(6명)을 합하면 과반(166명)이다. 바른정당은 “들어가서 반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비해 한국당은 이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국회는 오는 31일 본회의를 예정해 놓은 상태다. 이날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우리는 일단 총리 인준이 잘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럴 경우 문 대통령으로선 조각(組閣)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야 3당이 문 대통령의 ‘양해’ 발언과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의 발언 형식 등에 부정적이어서 향후 인선 국면에서 추가 의혹이 제기된다면 인준을 둘러싼 막판 갈등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당 의원 중 절반이 이탈하는 일이 벌어지면 인준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향후 장관 청문회 국면에서 야당이 강공에 나설 수도 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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