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부활한 114 ‘사랑합니다, 고객님’ … 감정노동 괜찮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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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전화번호 안내 서비스인 114(지역번호+114)의 첫인사 “사랑합니다, 고객님”이 부활했다. 114를 운영하는 KT CS는 전북 지역이 8일부터 “사랑합니다” 인사말을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타 지역도 고객 선호도에 맞춰 자율적으로 이 인사말을 쓸 방침이라고 28일 밝혔다. 한때 안내 직원에 대한 성희롱 노출 위험, 감정노동 강요 논란 등으로 폐지됐던 인사말이 부활한 데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사귀자” 등 성희롱에 한때 폐지 #KT CS “고객들이 원해 자율 시행”

“사랑합니다” 인사는 2006년 7월~2008년 12월 사용된 114의 인사말이다. 당시 고객 반응이 좋았지만 일각에선 부작용도 있었다. “저 여자친구 있어요”라는 장난은 애교. “먹고살기도 힘든데 무슨 사랑이냐”는 화풀이형, “그렇게 사랑하면 사귀자”는 성희롱형 등의 반응이 알려지며 “콜센터 직원에게 지나친 감정노동을 강요하는 게 아니냐”는 문제가 지적됐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사회 분위기가 팍팍해지면서 인사말은 “편리한 정보 114입니다”(2009년), “행복하세요, 고객님”(2011년 8월), “네, 고객님”(2013년 5월), “반갑습니다, 고객님”(2015년 5월)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2013년 조사에서 고객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인사말은 ‘사랑합니다’”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일부 지역에서 이 인사말이 부활한 건 지난 8일 어버이날을 맞아 하루 동안 “사랑합니다”라는 인사말을 건넸더니 고객 반응이 좋았기 때문이다. 강효정 KT CS 전북 114 안내센터 컨설턴트는 “10년 전과 비교해 사랑한다는 표현을 진심 어린 인사말로 받아들여 주시는 분이 많았다”며 “자동응답시스템(ARS)의 기계음에 익숙한 고객들이 안내원이 직접 말해주는 아날로그 감성의 인사말에 더 반가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인사말이 전국으로 확산될지는 미지수다. KT CS가 예전에 불거졌던 ‘감정노동’ 논란을 의식해 지역 센터의 동참을 강제하지 않고 자율에 맡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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