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일자리보다 가치 있는 목표 창조 강조한 저커버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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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33)가 그저께 미국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목표를 찾아다니지만 말고 스스로 창조하자”고 강조했던 연설은 신선한 충격을 준다. 저커버그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 출생 세대)는 단순히 자신의 인생 목표를 찾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모든 사람이 새로워진 목표 의식을 갖는 세상을 창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인공지능(AI) 등 기술 발전으로 대량실업 사태의 도래를 염려했다. 하지만 그는 “자동화로 수천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시대일수록 창의적 기업가 정신이 더 많이 요구된다”며 과감한 도전정신으로 미래 문제에 정면 대응할 것을 제안했다.

하버드대 졸업 축사서 대안 제시 #“자동화 따른 대량실업 사태 맞아 #타인 위한 인간적 공동체가 비전”

저커버그가 사회로 나가는 졸업생들에게 일과 보상보다 인간적인 목표와 자부심이 중요하다고 역설한 점도 공감을 낳았다. 그는 과거 미항공우주국(NASA)을 방문한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빗자루를 든 잡역부에게 하는 일을 묻자 “대통령 각하, 저는 인간을 달에 보내는 걸 돕고 있습니다”고 했다는 일화를 이날 졸업생들에게 소개했다.

그는 전 세계 모든 사람을 위해 젊은 세대가 목표를 창조하는 제3의 길은 공동체를 위한 일을 만드는 것이라며 과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기후변화, 온라인 투표를 통한 현대화된 민주주의, 맞춤화된 교육과 평생 교육, 합리적인 보육료, 낙인찍지 않는 사회, 소득 불평등, 자동화기기와 자율주행 트럭과의 공존 등 그가 내세운 화두는 4차 산업혁명 준비가 시급한 우리 사회에도 울림을 준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총생산(GDP)과 같은 산술적 지표뿐 아니라 의미 있는 일을 찾아 역할을 하는 사람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평가하는 사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저커버그가 밀레니얼 세대에게 “이제 목표를 갖추고 ‘위대한 일’을 해야 할 시대”라고 강조한 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젊은 세대가 공동체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을 새롭게 찾으면 숫자와 물질이 지배하는 사회를 극복하고 보다 인간적인 미래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란 비전을 찾은 메시지였다. 그가 부인과 함께 자신의 페이스북 지분 99%를 기부해 세운 자선재단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를 통해 교육, 질병 치료, 인적 연결, 끈끈한 공동체 건설 등 인간적이고 따뜻하며 희망적인 미래를 위한 사업을 펼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저커버그의 하버드대 연설을 계기로 젊은이 사이에서 공동체와 타인에게 기여하는 가치 있는 목표를 찾아가는 삶도 당장의 취업만큼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기를 기대한다. 정부도 일자리 숫자에만 얽매이지 말고 젊은이들이 이렇게 목표를 창조하는 의미 있는 일에 뛰어들 수 있도록 다양한 맞춤형 지원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단순·반복 작업은 자동화 기기에 넘길 수밖에 없다. 대신 젊은이들이 보다 인간적인 목표를 창조하고 공동체에 헌신하는 일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도록 일자리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