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서 산 390원짜리 머리핀으로 올림머리 한 박근혜 전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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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수감된 이후 53일 만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박근혜 전 대통령은 특유의 올림머리 헤어스타일과 비슷하게 머리 손질을 한 상태였다.

올림머리는 전문 미용사가 하더라도 한 시간 정도 걸릴 만큼 까다로운 미용 기술로, 얇은 실핀 수십 개를 이용해야 단정한 머리 모양이 나온다.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이날 머리는 과거와는 많이 달랐다. 구치소에서는 실핀을 쓸 수 없어서 머리 곳곳이 헝클어져 있었다.

3개의 검은 머리핀과 1개의 집게핀으로 올림머리 모양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사용한 머리핀은 모두 플라스틱 재질이다. 구치소 안에서 구매할 수 있는 물품이다. 구치소 안에선 금속 재질의 생활용품은 반입하거나 사용할 수 없다. 만일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교정본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사용한 집게핀은 개당 1660원, 굵은 머리핀은 개당 390원이다. 수용자가 필요한 물품을 신청하면 구치소에서 이를 지급하고 영치금에서 비용을 차감한다. 서울구치소 관계자는 “수용자의 복지 차원에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 물품을 영치금으로 판매한다. 박 전 대통령도 영치금으로 머리핀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최순실씨도 박 전 대통령 같은 검은색 머리핀을 뒷머리에 꽂았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수의가 아닌 사복을 입고 나타났다. 재판이 진행 중인 미결수용자는 재판 출석이나 검찰 조사 등으로 구치소 밖에 나갈 때 수의와 사복 중 선택할 수 있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재판을 받을 때 사복을 입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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