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중시에 진보·보수 없다” 워싱턴의 ‘문재인 오해’ 풀기 나선 美 특사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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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대미 특사로 미국을 방문한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이 17일 오전 출국에 앞서 인천공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 김현동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대미 특사로 미국을 방문한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이 17일 오전 출국에 앞서 인천공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 김현동 기자

“한국 내에서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다.”

홍석현 특사, 문재인 정부의 안보·한미동맹 수호 의지 전달 #워싱턴 내 “한국 진보정부, 한미동맹 경시” 오해 불식 차원 #트럼프, 집무실서 홍 특사 접견…‘실세’ 쿠슈너도 깜짝 배석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 전달 등을 위해 대미 특사 자격으로 미 워싱턴을 방문한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은 17일(현지시간)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안보 문제에 있어서도 한국 내에 진보, 보수가 따로 없다. 신정부는 확고한 안보와 동맹에 기반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며 이처럼 말했다.

홍 특사가 유독 안보와 동맹 수호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에 강조점을 찍은 데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 내에 문 대통령에 대한 오해나 잘 모르고 갖는 성급한 우려 같은 것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미국보다 북한부터 가겠다’고 말했다는 게 앞뒤 자르고 한미동맹을 경시한다는 것처럼 왜곡돼 워싱턴에 전달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보수 정부가 출범한 가운데 한국에서 10년 만에 보수에서 진보로 정부가 바뀌자 안보나 한미동맹을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근거 없는 우려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그러면서 “이번 특사단의 가장 중요한 방미 목적 중 하나가 이런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를 없애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특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설정한 새로운 대북 기조 ‘최고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에 대한 이해 표시와 평가도 잊지 않았다. 맥마스터 보좌관에게 “제재와 압박을 우리로서는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조건이 성숙되면 대화라는 수단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고의 압박과 관여’의 핵심은 제재를 통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낸 뒤 핵을 폐기하겠다는 진정성이 확인되면 대화로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이에 맥마스터 보좌관도 공감했다. 그는 “그런 원칙에 동의한다. 한·미가 잘 협의를 해서 어떤 조건에서 대화를 해야 하는지 추가적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간 실무 협의를 해나가자”면서다. 이는 한국 내에서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추진에 있어 북·미 간 ‘직거래’를 하며 한국을 배제하는 것 아니냐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에 대한 우려도 감안한 발언으로 읽힌다.

홍 특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나서는 최근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전례 없이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점을 평가했다. 홍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북핵 문제에 대해 많은 노력을 해서 많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 노력에 감사드린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견인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 우리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런 것을 해나가는 데 있어 한미동맹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한·미 신정부 간 상견례의 의미가 있는 이번 특사단 방미에 미 측은 각별한 예우를 갖췄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벌 오피스(집무실)에서 직접 홍 특사를 맞았다. 미 대통령이 한국 특사를 집무실에서 맞이한 것은 처음이다.

배석자만 봐도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했다. 당초 홍 특사의 트럼프 대통령 예방에는 맥마스터 보좌관만 배석하는 것으로 조율이 됐는데, 실제로는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도 깜짝 배석했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을 접견하는 데 부통령에 백악관 실세인 쿠슈너 선임고문까지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미 측에서 이번 특사단 방문에 굉장한 중요성을 부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과는 15분, 맥마스터 보좌관과는 40분 동안 만났다. 외교가 소식통은 “통역 없이 55분이 진행된 것은 외교 협의로는 굉장히 긴 시간”이라며 “실질적 협의가 가능했다는 이야기”라고 귀띔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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