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수면이 학습 효율 높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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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잠을 줄여서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겠다고 결심하는 경우가 있다. 과연 잠을 줄이면서 하는 공부가 성적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모 대학 조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고등학교 2,3학년 학생들의 평균 수면시간이 외국의 학생들에 비해 크게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고등학교 2, 3학년 학생들의 주중 평균 수면시간은 5.4시간으로 미국의 같은 나이 학생들(7~8시간)보다 100분 이상 적었으며 일본(6~7시간)보다도 짧았다.

나도 고3 수험생 시절, 주변 선생님과 부모님으로부터 잠을 줄이라는 충고를 많이 들었다. 불안한 마음에 잠을 줄여보려고 시도해 본 적도 있었다. 그런데 다음날이 문제였다. 우선 수업시간에 졸려서 수업내용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리고 혼자서 공부할 때 집중력이 떨어져서 진도를 나가기가 어려웠으며 공부한 내용이 잘 외워지지도 않았다. 결국 나는 7시간을 규칙적으로 잠자고 깨어있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개인마다 적당한 수면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나는 학생들에게 수업시간에 졸음이 오지 않을 정도까지 잠을 자라고 조언한다. 공부의 질은 깨어있는 시간의 양보다 집중하는 시간의 양으로 결정된다. 혹시 저녁 늦은 시간에 공부가 잘되는 학생들이 있다면 습관을 바꿔야 한다. 왜냐하면 새벽까지 공부한 다음에 충분히 자야 하는데 학교 수업시간은 아침 일찍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결국 부족한 수면을 금쪽 같은 오전 수업시간에 조는 것으로 채우게 된다. 또 시험을 치르는 시간도 대부분 오전이기 때문에 머리가 맑지 않은 상태로 시험을 치르게 된다. 결국 평소에 공부를 해놓은 양이 많더라도 올바르게 기억해 내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생긴다.

만약 잠자는 시간이 충분한데도 낮에 졸려서 고생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우선 올바르게 자고 있는지 검사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도 낮에 피로를 많이 느껴 '수면 클리닉'을 받아본 결과 잠자는데 문제가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자면서 호흡하는 동안 공급되는 산소의 양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간단한 치료를 받은 후 지금은 상당히 편한 잠자리를 갖게 되었고, 낮 시간에도 집중력이 높아져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 특히 코를 곤다든지 자주 가위에 눌리는 경험을 하거나 입을 벌리고 자는 경우, 다른 친구들보다 낮잠에 대한 충동이 강한 경우, 자신의 수면의 질에 대해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잠을 잘 자야 기억력이 좋아지고 수면의 질을 높여야 집중력도 향상된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잠을 줄이면서 공부하지는 말자. 깨어있는 시간에도 얼마든지 줄일 수 있는 시간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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