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진료비 부담만 늘린 선택진료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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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얼마 전 아이가 팔에 골절상을 입어 동네병원을 거쳐 모 대학병원으로 데려갔다. 병원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10시쯤이었는데 응급실에서 의사가 상태를 살피더니 바로 "입원해서 수술을 받으라"며 "수술은 ○○○선생님께서 담당하실 것"이라고 했다. 나는 워낙 경황이 없던 데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고 그 의사가 시키는 대로 입원 수속과 수술 신청을 했다.

다행스럽게 아이의 수술은 잘 됐고 입원 나흘 만에 퇴원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퇴원 수속을 위해 원무과에 가서 청구서를 받아보니 상당한 금액의 '선택 진료비'라는 항목이 들어 있었다.

무슨 뜻인지 언뜻 이해되지 않아 직원에게 물어보니 "치료 의사를 지정해 진료를 받는 것으로 이 경우 추가 요금이 붙게 된다"고 설명했다. "의사를 선택한 적이 없다"고 하자 "입원신청서를 보라"고만 했다.

놀랍게도 신청서를 꺼내 보니 깨알 같은 글씨로 선택진료 신청란에 표시가 돼 있고 옆에는 응급실 의사가 말했던 수술 집도의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물론 처음 아이의 상태를 본 의사가 가장 잘 치료할 수 있는 그 분야의 권위자를 추천했을 것이라 믿고 싶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는 의사나 병원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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