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누구, 왜 발탁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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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이낙연 후보자는 10일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가 막걸리를 좋아한다. 야당 정치인과도 막걸리를 마셔가며 틈 나는대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내각은 총리 책임 아래, 각 부처는 장관의 책임 하에 일하도록 하겠다’고 해왔다. 각 부처의 업무가 국정과제의 방향과 불일치하거나 속도가 덜 나는 일이 없는지 살피고 유관관부처간 업무 조정의 필요가 없는지 살피는 것이 총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운영 최우선 과제에 대해선 "안보 위기를 타개하는 것, 일자리 문제와 서민생활 안정화가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대기업-중소기업 임금격차 해소, 정규직-비정규직 임금차이를 줄이는 것은 합의만 있다면 상당부분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올해 초 문 대통령이 광주에 오셨을 때 한시간 정도 뵈었고, 그 때 ‘이 지사를 국정의 동반자로 모시고 싶다’고 말씀하셨다"며 "열흘 전 임종석 비서실장에게서 ‘오늘같은(총리 지명) 일이 있을 것 같으니 준비해달라’는 얘기를 전달받았다"고 소개했다.

이 후보자는 "대통령과 저는 자주 만나고 교감하는 관계는 아니었다"면서도 "상당한 정도의 신뢰감을 갖고 서로를 대해왔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인 시절 대변인 경력을 언급하며 "문 대통령과 저는 과거 같은 대통령을 모셨기 때문에 철학의 차이가 없을 것이다. 제게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대통령에게) 언제든 말씀드리겠다”고도 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이낙연 지사를 총리 후보로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한다. 호남 출신인데다, 이 지사가 2016년 고용노동부에게서 ‘일자리종합대상’을 수상하는 등 최역점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취임사를 최종 정리한 인물이라는 점도 인선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국회의원, 전남지사를 거치며 검증이 이뤄져 인사청문회 통과가 수월할 것이라는 기대도 작용했다.

이 후보자는 향후 인사에 대해서는 "혼자 개별적으로 하기 보다는 당을 통해 높은 차원의, 큰 틀의 논의가 선행됐으면 한다. 저 혼자 뛰어다니면 책임총리가 아니라 무책임 총리가 될 것"이라며 "인사 제청은 각료에 한해서만 총리가 갖는 것으로 헌법에 규정돼 있고, 헌법에 충실하게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전남 영광에서 7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광주제일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문 대통령보다 한 살 많다.

국무총리는 그의 네 번째 직업이다.

21년간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도쿄특파원, 논설위원, 국제부장을 지냈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전남 함평-영광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된 뒤 19대 선거까지 내리 4선을 기록했다. 새천년민주당 대변인 등 5차례 대변인을 맡아 ‘직업이 대변인’이라는 평도 얻었다.

이 후보자는 열린우리당 창당에 반대, 민주당에 잔류하면서 한때 노 전 대통령과 관계가 틀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당시 민주당 소속으로서 반대표를 던졌다.

그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전남지사로 당선되면서 행정가로 변모했다. 출마 당시 ‘100원 택시’ 등 이색 공약을 내걸었다. 100원 택시는 전남 316개 오지에 사는 주민들이 택시를 부르면 그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까지 100원을 받고 택시를 운행한 뒤 차액을 지자체에서 지불하는 제도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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