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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사랑할 수 있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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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안혜리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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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탄핵 인용 후 우여곡절 끝에 19대 대통령을 선출한 오늘(10일), 대통령에 관한 질문을 하나 던져볼 테니 한번 맞혀 보시길.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첫 번째 대통령은 누구일까.’ 주관식이 어렵다면 사지선다 객관식 보기 중에 골라 보자. ①이승만 ②이명박 ③노무현 ④박근혜.

정답은 ④번 박근혜 대통령이다. 일본에서 태어났다는 이명박 대통령은 그렇다 치고 “경남 출신인 고(故) 노무현 대통령도 있는데 왜 박근혜 대통령이 첫 대통령이냐”며 틀린 답이라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건국일은 1948년 8월 15일로, 노무현 대통령은 46년 미 군정 시절에 태어났으니 정답은 52년생 박근혜 대통령이 맞다. 오늘 선출된 당선인 역시 직선으로 뽑힌 새 대통령이 정권 인수 기간도 없이 곧바로 대통령 업무를 시작하는 최초의 기록을 갖게 됐다.

대선에 맞춰 나온 『대통령 트리비아』(안승환 저)엔 이 밖에도 ‘임기를 채우고 선거에 의해 정권을 넘긴 첫 대통령(정답 전두환)’이나 ‘청와대 로고를 만든 대통령(김영삼)’처럼 역대 대통령이 세운 최초 기록부터 최저 투표율(17대 이명박 당선 때의 63.3%) 같은 역사적 자료, 후보자가 1명일 때의 당선 조건(유권자 3분의 1 이상 득표)을 묻는 관련 상식, 하와이에서 서거할 때까지 곁을 지킨 이승만 대통령의 반려견 해피 이야기 등 시시콜콜한 정보까지 두루 담겨 있다.

한국에선 이런 정치 관련 트리비아(하찮은 일반 상식) 서적조차 드물지만 미국에선 트리비아로 퀴즈를 푸는 게 하나의 정치문화로까지 자리 잡고 있다. 사소하고 하찮다는 트리비아의 원래 뜻과 달리 흥미진진한 역사가 이 속에 담겨 있기에 묻고 답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국가 지도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된다. 혹자는 미국은 사랑할 만한 대통령을 뒀으니 자꾸 되새기며 더욱더 사랑하게 되겠지만 우리는 그럴 만한 대통령을 갖지 못했다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제 아무리 큰 업적을 세우고 많은 추종자를 둔 대통령조차 국민의 절반으로부터는 끝내 지지를 얻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연애를 하든 아이를 키우든 사랑을 해보면 안다. 좋아서 관심이 가기도 하지만 관심을 기울일수록 사랑할 만한 구석이 보인다는 걸. 설령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지 않았더라도 새 대통령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먼저 사랑해 보면 어떨까. 그렇게 국민 모두가 대통령을 사랑하면 분열이 아니라 통합을 이뤄 내는 대통령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