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권에서 압수당한 돈이 해(垓) 단위…50억 주겠다”…‘특수금융업자’라고 속여 12억 갈취한 60대 구속

중앙일보

입력

자신을 해(垓·兆의 ) 단위의 돈을 가진 자산가로 속여 건설업자로부터 12억원을 갈취한 60대가 구속됐다. 해는 조(兆)의 1만 배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자신을 특수금융업체 총재라고 속여 건설시행사 대표 B(55)씨로부터 12억5000만원 상당의 기프티 카드를 받아낸 A씨(60) 등 5명을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기프티 카드는 시중 은행에서 발급되며 미리 정해진 금액만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월 중순 지인의 소개로 B씨를 알게 됐다. 특별한 직업이 없던 그는 B씨에게 “내가 세계 은행들을 하부기관으로 두고 있는 특수금융업체의 총재다. 전 정권에서 부당하게 1해에 해당하는 돈을 압수 당했는데 이 돈을 곧 돌려받으면 50억원에 해당하는 채권을 줄테니 건물 대금 30억원을 내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자신이 정부에 압수당한 금액을 채권으로 명시한 법원의 가압류 결정문을 B씨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이에 속은 B씨는 현금이 부족하자 사업 명목으로 은행에서 12억5000만원 상당의 기프티 카드를 발급 받았고 이를 A씨에게 건넸다.

A씨의 범행이 들킨 것은 기프티 카드를 현금으로 바꾸는 일종의 ‘카드깡’을 위해 은행에 갔을 때였다. 편영철 영등포서 경제5팀장은 “거액의 기프티 카드를 가져온 A씨를 수상하게 여긴 은행에서 A씨가 떠난 후 기프티 카드 발급자인 B씨에게 이를 알렸고 찝찝한 마음을 갖고 있던 B씨가 채권 관계 등을 면밀히 알아본 후 A씨를 고소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추적 끝에 이달 중순 A씨 등 공범 4명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편 팀장은 “가압류 결정문은 채권자의 주장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이를 맹신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