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레이더] 증시로 돈 몰릴만도 한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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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증시가 외국인투자자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종합주가지수 730선에 다시 바짝 다가섰다.

지난주 종합주가지수는 이달 1일 기록한 연중최고치(727.26)를 뛰어넘지는 못했지만 전 주말보다 22.87포인트(3.24%) 오른 727.01로 마감했다.

가장 큰 원동력은 거의 한달 만에 1천억원 이상씩 순매수(산 금액-판 금액)를 재개한 외국인들이었다. 외국인들의 매수세는 아시아의 다른 지역에서도 되살아나 지난주 대만.홍콩.싱가포르 등의 주식시장도 상승세를 탔다.

여름 휴가가 끝나가면서 업무에 복귀한 펀드매니저들이 아시아 주식을 다시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는 한달째 종합주가지수 700~727선을 오가는 횡보에서 벗어나 추가상승 시도를 펼칠 전망이다.

그 주역은 물론 미국계 중심의 외국인들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경기회복을 확인할 때까지 주식투자를 계속 미루고 있지만, 외국인들은 경기회복 조짐에 따른 채권 가격 하락(금리 상승)에 대응해 채권을 팔고 주식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최근 90억달러의 미국 국채를 처분해 6억달러의 매매차익을 올렸다.

국내 증시에도 자금이 되돌아올 요인은 있다. 무엇보다 연 4.1~4.15%까지 내려온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시중자금의 증시 이동을 자극할 만하다. 1억원을 맡겨도 세후 이자는 월 35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도 강남의 인기지역은 계속 오르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약세를 보이고 있어 시중자금의 증시 복귀를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소비 부진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는 한 증시로의 자금 이동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고, 신용불량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소비 회복을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직된 노동시장 탓에 청년 실업률이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것도 증시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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