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성공한 한인들, 그 뒤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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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다들 자신의 성공을 위해 피땀 흘린 부모가 있으며, 본인들이 이를 뼈저리게 감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 시장과 정씨는 세탁소집 아들.딸이다. 워드의 어머니는 온갖 역경 속에서 외아들을 훌륭히 키워냈다.

이들은 한결같이 어버이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한다. "어머니는 먼 한국에서 와 누구의 도움도 없이 하루 세 가지 일을 하며 나를 키웠다. 어머니는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 워드는 9일 오전 ABC방송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다른 두 사람도 같은 얘기다. 디자이너 정씨는 한 인터뷰에서 "부모님에게서 근면과 인내를 배웠다"고 했다. 최 시장도 당선 직후 "봉사의 중요성, 책임감, 근면성 등 소중한 가치를 모두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았다"고 말했다. 뉴스위크는 "이 같은 (한국적) 가치관이 성공의 열쇠가 됐다"고 분석했다.

어린 시절 가난한 부모는 부끄러움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철이 들면 얘기는 달라진다. 적어도 이들은 부모의 큰 사랑에 감동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올바르게 살았다. 워드를 잘 아는 고교 은사들은 어머니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워드를 흔들리지 않게 했다고 입을 모았다. 최 시장의 한 지인도 "부모님이 고생하는 것을 보고 비뚤어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은 특유의 근면성으로 미국에서'일벌레'라는 비웃음을 사기도 한다. 일만 하다 가정과 자식을 돌보지 못한다는 핀잔도 듣는다. 그러나 세 사람의 성공담은 부모의 희생에 새삼 옷깃을 여미게 한다. 지금도 많은 이민 1세들이 자식을 위해 몸을 던지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계 스타가 나올 것 같은 예감이다.

남정호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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