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민 우려할 필요없다”…시진핑 발언 논란에 동문서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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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민은 우려할 필요 없다.”
중국 외교부 루캉(陸慷) 대변인이 20일 내놓은 '한국은 중국의 일부' 논란에 대한 답변이다. 이 발언은 이달 초 미ㆍ중 정상회담 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가 지난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시진핑의 발언을 소개했다고 한다. 뒤늦게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한ㆍ미ㆍ중 간에는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루캉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한국 국민은 우려(憂慮)할 필요 없다. 미ㆍ중 정상은 마라라고 회담 중 한반도 문제에 대해 매우 깊이 충분히 의견을 교환했다”며 “관련 상황은 이미 발표했다”고 즉답을 피했다. 문제가 된 시진핑 발언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것이다.
또 다른 기자가 한국 정부로부터 외교 경로를 통해 시진핑 발언 확인을 요청하는 서한을 받았느냐는 질문에도 “이미 답변했지만, 한국 국민은 걱정(擔憂)할 필요가 없다”며 “나 역시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와 관련한 정황을 알지 못한다”며 빠져나갔다.

지난 6~7일 열린 미 ㆍ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왼쪽)와 시진핑이 악수를 하기위해 손을 내밀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6~7일 열린 미ㆍ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왼쪽)와 시진핑이 악수를 하기위해 손을 내밀고 있다 [중앙포토]

트럼프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시진핑이 자신에게 한ㆍ중 역사를 설명했다고 밝혔다. WSJ에 따르면 시진핑은 트럼프에게 “중국과 한국의 역사에는 수천 년 세월과 많은 전쟁이 얽혀 있다고 설명하면서 한국은 중국의 일부”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 대목에서 “한국은 북한이 아니라 한국 전체(not North Korea, Korea)”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트럼프는 “(시진핑으로부터 역사수업을) 10분간 듣고 난 뒤 (북한을 다루기) ‘쉽지 않겠다(it’s not so easy)’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한국이 중국의 일부”란 발언은 19일 뒤늦게 국내에 알려지면서 이 발언을 시 주석이 실제 했는지, 트럼프 특유의 단순 화법으로 시 주석의 말이 왜곡된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은 “시진핑은 3시간 동안의 단독회담에서 한ㆍ중 사이에 있었던 임진왜란과 갑오전쟁 등을 예로 들며 양국은 운명공동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며 “시진핑의 말을 트럼프가 확대 해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ㆍ중 정부는 이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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