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숨은 코드 읽기] 토론서 드러난 문재인과 안철수의 급소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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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타전이 펼쳐진 지난 19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선 양강 후보들의 ‘급소’가 드러났다. 5명의 후보가 각본에 없는 질문을 받고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에게 특히 민감한 주제가 돌출된 것이다. 지지율 1·2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어 두 사람의 향후 지지율 싸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문 후보에겐 특히 ‘주적(主敵)’과 ‘보안법’ 이슈가 껄끄러워 보였다.  문 후보는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냐’는 유승민 후보의 질문에 “그런 규정은 대통령으로서 할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말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지지층을 끌어모으기 위해 ‘적폐’라는 단어의 사용까지 삼가며 안간힘을 쓰고 있는 문 후보 입장에선 중도층이나 보수층으로의 지지층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겠느냐’는 질문에도 문 후보는 “과거 열린우리당에서 폐지 못 했던 것이 아쉽다”고만 했다.

이에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에 보내야 할 유물이라고 했는데 왜 폐지한다고 명확히 말을 못하느냐”고 몰아붙이자 문 후보는 “여야 의견이 모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국보법을 개정하자는 게 제 생각”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주적 개념은 2004년에 국방백서에서 삭제된 만큼 종합적으로 대답한 것이 나쁘지 않았지만, 같은 야권인 심 후보의 공격에 애둘러 표현한 것이 진보 표심 결집 측면에서 오히려 아픈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에겐 ‘햇볕정책’과 ‘대북송금’, ‘박지원’이란 키워드가 민감했다. 호남 표심의 상징이자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김대중(DJ) 정부와 각을 세워야 하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DJ 정부 시절 이뤄진 대북송금에 대해 “공과 과가 있다.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야 하지만 불행한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2002년 특검은 김대중 정부가 북한에 불법지원을 했다고 했고, 현재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이로 인해 당시 징역을 살았다.

안 후보는 ‘햇볕정책’을 계승하느냐는 질문에도 “공과가 있다. 100퍼센트 다 아니거나 옳은 건 없다”고 했다.

이상일 대표는 “이런 답변은 호남지역 표심 확보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는 있지만,상대적으로 안 후보를 더 지지했던 보수층이 보기에도 미덥지 못한 모습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햇볕정책을 비판 못하는 모습에) 보수표심이 '보수정당(한국당, 바른정당)을 모두 버릴 수는 없지 않느냐'는 쪽으로 흐르면서 안 후보를 떠나려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생방송으로 진행된 19일 토론회 시청률은 26.4%나 됐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유례없이 짧은 기간 안에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아직 확고하게 지지 후보를 선택하지 않은 사람이 많아 TV토론의 영향력이 역대 대선보다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두 후보가 자신들의 급소에 대한 대비책을 더 야무지게 마련해 다음 토론회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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