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사일 발사실패는 미국의 '사이버전'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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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16일 오전 6시 20분 함경남도 신포 일대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으나 5~6초 만에 폭발했다. 올 들어서만 세 번째다. 지난 5일에도 신포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나 비행거리가 60여 ㎞에 불과해 한ㆍ미 정보당국은 실패로 평가했다. 지난 2월 강원도 원산 갈마 비행장 일대에서 발사한 무수단 계열 미사일도 수초 후 폭발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 실패 원인이 미국의 비밀작전 때문이라는 관측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캐슬린 맥팔랜드 부보좌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사이버 교란전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패와 관련이 있나'는 질문에 "정보 사항이라 코멘트할 수 없다”면서도 "미래에는 사이버 전장에서 엄청나게 많은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앞서 지난달 4일자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3년간 북한과 미국 사이에 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한 은밀한 전쟁이 진행돼 왔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작전명은 ‘레프트 오브 런치(left of launch·발사교란)’이다. 미국은 ‘레프트 오브 런치’ 작전을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다. 이와는 별도로 미 국방부 산하 합동 통합방공ㆍ미사일방어 기구(JIAMDO)는 2008년부터 ‘민첩한 타격(Nimble Fire)’ 기술을 개발했다. ‘민첩한 타격’은 해킹이나 전자전을 통해 적 미사일의 지휘통제소나 표적장치를 공격하는 기술의 암호명이다.

‘레프트 오브 런치’나 ‘민첩한 타격’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또다른 정황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 무수단미사일 8발을 시험발사해 그 중 1발만 성공을 거뒀다. 무수단미사일은 미군 기지가 있는 괌을 타격하기 위해 북한이 개발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다. 미국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북한의 미사일 전력이다. 북한이 지난달 22일 원산에서 발사한 미사일도 점화 수초 후에 폭발했는데 당시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함(CVN 70)이 한반도 인근에 배치됐다. 당시 미사일 발사실패와 관련 미 정보당국 관계자는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놀라지 않았다. 이미 예상했다”고 말했다. 발사 전부터 쭉 지켜봤다는 뜻이다.

뉴욕타임스는 사이버전 덕분에 북한이 핵무기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시점이 수년 뒤로 미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말콤 리프킨드 전 영국 외무장관도 16일 BBC 인터뷰에서 ”미국의 사이버전 기술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을 실패로 돌아가게 만들었다는 매우 강한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손영동 한양대학교 융합국방학과 초빙교수(전 국가보안기술연구소장)는 “2015년 미국은 악성코드로 북한의 핵시설 공격을 시도했으나 통신체계가 매우 폐쇄적인 탓에 성공하지 못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레프트 오브 런치’작전이 SF영화 같은 얘기지만, 이론적으로 가능하고 미국은 관련 능력을 갖고 있다”며 “스텔스 무인기와 전자전 수행 항공기를 작전에 동원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이나 시리아 같은 불량국가를 감시할 목적으로 스텔스 무인기인 RQ-180을 2015년 실전 배치했다. 또 미국은 항모 탑재용 EA-18G 그라울러를 비롯한 다양한 전자전 수행 항공기를 보유중이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미국의 전자전 능력을 두려워한 북한은 핵·미사일 관련 시설의 통신을 무선 대신 유선으로 대체할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런 종류의 작전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하는 국책연구기관 연구자는 ”미국과 러시아의 사례를 보면 미사일 개발사는 실패의 연속이었다”며 “북한은 시험발사 일정을 먼저 정하고 거기에 맞춰 개발을 진행하기 때문에 실패가 더 잦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철재ㆍ이경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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