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순혈 폐쇄성 허물고 다양성 받아들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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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워드의 어머니 김영희씨는 친정식구들로부터도 외면당해 미국으로 가야 했다. 그들 모자는 미국 내 한인사회에서도 질시와 냉대를 당했다. 김씨는 한 인터뷰에서 "동족의 차별이 가장 힘들었다"고 울먹였다.

한 혼혈인 지원단체에 따르면 국내 혼혈인 수는 3만5000여 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정확한 수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혼혈인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했던가를 보여주는 한 예다.

우리는 지나치게 단일 민족을 강조하고 순혈의 전통을 자랑해 왔다. 하지만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순혈은 이제는 별 의미가 없다.

혼혈인에 대한 차별과 냉대는 사회문제를 예고하고 있다. 혼혈아들은 학교에 입학하면서 왕따를 당하기 일쑤라고 한다. 한국어가 유창하지 못한 이주여성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공부를 거들어 주기도 어렵다. 제도권 교육 밖으로 밀려난 혼혈인들은 구직난과 가난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들이 빈곤층으로 양산되면 사회갈등의 원인이 되고 우리 모두 불행한 일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제는 비혼혈아와 혼혈아가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문화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이들이 겪는 사회적.심리적 장애에 대한 상담치료 등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들의 특수성을 고려한 직업대책과 탈 빈곤정책도 모색돼야 한다. 학교에선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다양성 문화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의식이다. 생각이 바뀌지 않는 이상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소용이 없다. 마음을 열고 그들의 손을 한번 잡아주자. 이제는 한국땅에서 제2의, 제3의 하인스 신화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