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홍준표 "세탁기 다음번에 누가 들어갈 지 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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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가 13일 한국기자협회와 SBS가 주최한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했다. [국회사진기자단]

홍준표 자유한국당가 13일 한국기자협회와 SBS가 주최한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세탁기 다음번엔 누가 들어갈 지 몰라’ 이 말 할라켔는데 내 참았어요”

홍후보, 본지 만나 허심탄회한 토론 뒷 얘기 #"나 다음 잘한 건 문재인, 안철수 제일 별로" #"노무현 640만달러 중수부 발표문에 나와" #"'삼성 세탁기' 발언은 고장 안 난다는 뜻" #"바른정당은 처음부터 버리고 갔어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는 13일 밤 8시40분 서울 여의도 당사로 돌아왔다. 홍보단과 선거 공보물에 대한 회의를 마친 뒤 본지 기자를 만났다. 그는 평소와 달리 기운이 없어보였다. “좀 지쳐 보이시네요”라고 말을 건네자 그는 “TV토론이 머리를 많이 쓰는 거라 하고 나니 좀 피곤합니다”라고 말했다.


“갑시다” 본지는 홍 후보와 함께 수행차량을 타고 서울 잠실에 있는 그의 집까지 동행했다. 차 안에서 이날 열린 첫 TV토론에 대한 홍 후보의 솔직한 심경을 들을 수 있었다.

“누가 제일 토론을 잘 한 것 같냐”고 묻자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아무래도 내가 제일 득을 봤고, 그 다음은 문재인 후보가 잘 했고... 심상정 후보, 유승민 후보, 안철수 후보가 제일 별로였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후보에 대해선 “(노무현 전 대통령이) 640만 달러 받은 건 대검 중수부 발표문에 다 나와 있는데 그것도 제대로 모르고 자꾸 아니라고 하데. 그때 검찰에서 계좌까지 다 조사해서 한 건데”라고 했다. 안 후보에 대해서도 “예상보다 내용없는 얘기를 많이 했어. 교수처럼 얘기하더라고”라며 낮은 점수를 줬다.

토론에서 나온 ‘세탁기’ 발언 얘기를 꺼내자 홍 후보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전날 TV토론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세탁기 돌린다 했는데 홍 후보도 세탁기 돌려야 하는 거 아니냐”고 공격했고 홍 후보는 “나는 세탁기 들어갔다 나왔다”고 응수했다. 이어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고장난 세탁기 아니냐”고 하자 홍 후보는 “세탁기가 삼성세탁기”라고 했다.  

“왜 삼성이라고 했냐”고 물었더니 홍 후보는 “세탁기가 고장났다고 하는데 '삼성'은 고장 안 나는 세탁기니까 그렇게 말한 것”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원래는 여기 있는 사람 중에 다음에는 누가 세탁기에 들어갈 지 모른다고 말하려다 참았다”고도 덧붙였다.

홍 후보는 “바른정당을 처음부터 버리고 갔어야 했었다”는 말도 했다. 그는 “배신자 정당으로 공격을 했어야 하는데 여러 얘기가 오가다 보니까 때를 놓친 것 같다”고 말했다. 보수 후보 단일화를 낙관했던 입장에서 180도 달라진 셈이다. 그는 토론에서 유승민 후보를 “박근혜 비서실장 출신인데 배신자 이미지 극복할 수 있냐”고 몰아붙였다. 유 후보는 “모래시계 검사를 말하는 분이 저를 진짜 배신자로 보냐”며 반박했다.

홍 후보는 4ㆍ12 재보선을 계기로 우파보수층의 지지율이 한 차례 반등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양강구도가 깨지는 출발이 이제 곧 시작될 것”이라며 차에서 내렸다.

박성훈ㆍ백민경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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