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라서 차별당했다" 유나이티드에 분노한 중국인들

중앙일보

입력

9일 미국 시카고 오헤어 공항의 유나이티드 항공 기내에서 강제로 끌려나가는 동양인 승객. [유튜브]

9일 미국 시카고 오헤어 공항의 유나이티드 항공 기내에서 강제로 끌려나가는 동양인 승객. [유튜브]

지난 9일(현지시간) 승객을 강제로 끌어내 물의를 빚은 유나이티드 항공의 오버부킹 사건이 인종차별 논란으로 번지면서 중국인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피해자 데이비드 다오(69)가 화교라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 이 사건이 대대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나이티드 항공 '오버부킹' 사태 피해자는 의사 데이비드 다오(69) #베트남계 미국인이란 보도 나오는 가운데 중국 언론은 화교라고 전해 #중국인들 "백인 의사라면 폭력 행사 않았을 것…명백한 인종차별" 분노

이날 웨이보에선 '유나이티드 항공 강제 승객 퇴거'라는 해시태그가 관심 이슈 1위로 급상승했다.
사건 발생 이틀만에 이 해시태그와 관련된 게시물은 3억 뷰에 육박했고 관련 댓글은 15만 개를 넘었다.
 중국 관영방송 중국중앙(CC)TV는 이번 사건을 피를 흘리는 다오의 사진과 함께 연속 보도했다.
일각에선 다오가 베트남계 미국인이란 보도가 나왔지만 중국 언론들은 그를 화교라고 전했다.

중국인들은 특히 "내가 중국인이기 때문에 내려야 하는 승객으로 선정됐다"는 다오의 발언에 주목하며 이번 사건이 인종차별이라고 주장했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백인 의사라면 저렇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을 것이다. 명백한 인종차별"이라고 분노를 표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비행기에서 내리도록 선정된 승객 4명 가운데 3명이 아시아계였다"고 주장하며 선정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트위터에서도 인종차별 의혹을 제기하는 게시물이 쏟아졌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백인이나 흑인, 하물며 애완동물이라도 이런 식으로 끌고 나갔다면 사장이 무릎꿇고 사과해야 할 일"이라며 "항공사 측은 아시아인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 거주 코미디언 아킬라 휴스는 "이름이 '스테파니'인 승객이었다면 바닥에 질질 끌려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해당 고객이 아시아인이어서 경찰이 과도한 폭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존 조는 "이번 유나이티드 항공 사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든 환경과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인종차별 사건이 잦아진 미국의 최근 분위기에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7일엔 한인 여성이 에어비엔비로 예약한 집 주인으로부터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숙박을 거부당한 뒤 "외국인들에 의해 이 나라가 좌지우지되는 꼴을 볼 수 없다. 우리가 트럼프를 뽑은 이유"라는 말을 들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2월 프레지던트데이 연휴 때 에이비엔비 집 주인에게 인종차별을 당한 한인 서씨가 당시 영상과 인종차별 문자메시지를 공개하자 조회수는 100만 건이 넘었다. [페이스북 캡처]

지난 2월 프레지던트데이 연휴 때 에이비엔비 집 주인에게 인종차별을 당한 한인 서씨가 당시 영상과 인종차별 문자메시지를 공개하자 조회수는 100만 건이 넘었다. [페이스북 캡처]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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