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사, 외교부 VIP 엘레베이터 안 탄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일본으로 돌아갔던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 대사가 약 세달만인 10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를 찾았다. 그런데 내·외빈 전용 엘레베이터를 타지 않고 굳이 계단을 이용했다. 이유는 뭘까.

나가미네 대사가 청사 2층 로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오후 4시23분. 이미 취재진이 로비에 진을 치고 있었다. 그는 “소녀상 문제를 제기할 것이냐” 등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엘레베이터 쪽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임성남 외교부 1차관과의 면담은 오후 4시30분 17층 접견실에서 예정돼 있었다. 이를 위해 나가미네 대사가 곧바로 탈 수 있도록 청사 방호원이 귀빈용 엘레베이터를 2층에 잡아두고 있었다. 그런데 나가미네 대사는 엘레베이터를 타지 않고 갑자기 그 옆의 계단실 문을 열더니 사라졌다. 한 층을 더 올라가서 일반용 엘레베이터를 이용했다고 한다.

이는 나가미네 대사가 예전에 엘레베이터로 인해 예기치 않은 난감한 상황에 빠진 적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으로 돌아가기 전 몇 차례 외교부 청사를 방문했을 때 2층에서 귀빈용 엘레베이터 문이 닫히지 않아 1~2분씩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서있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된 적이 있었다. 외교부가 일본의 역사 도발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나가미네 대사를 부른 경우가 대부분이라 나가미네 대사로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는 단순 기계 결함이지만, 일본 측은 불쾌감을 표현했다는 소문이 외교가에 돌고 있다. 일본 대사관 측은 “좋은 일로 가는 것도 아닌데, 한국이 일본을 망신주기 위해 일부러 그런 상황을 만든 것 아니냐”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교부 귀빈용 엘레베이터는 누구에게나 ‘평등’했다. 나가미네 대사보다 1시간 30분 정도 앞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외교부 청사를 찾은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탔을 때도 한동안 엘레베이터 문이 닫히지 않았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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