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찾은 홍준표 “박정희처럼 되겠다” 수필집 낸 유승민 “홍, 후보 자격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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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홍준표(左), 유승민(右)

홍준표(左), 유승민(右)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택한 첫 지방 행선지는 대구였다. 그는 4일 대구를 찾아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강인한 사람, 강인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12일 재선거가 치러지는 경북 상주와 구미의 박 전 대통령 생가를 거쳐 대구에 도착했다.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경북 선대위 발대식 겸 필승대회에서 홍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어머니가 40세 때 (박 전 대통령을) 낳았다고 들었다. 저도 어머니가 서른아홉에 낳았다. 잘하면 이 어른 따라갈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최경환·조원진 의원 등 핵심 친박계 의원 등 대구·경북(TK) 지역 당원 3000여 명이 참석했다.

홍 후보는 대구에서 보낸 유년 시절을 소개하며 ‘서민 대통령’을 강조했다. 그는 “신천동에 살면서 아침저녁으로 강냉이를 주워다 팔았다”며 “저는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김구 선생 이런 멘토를 삼은 게 아니고 대한민국에서 무지렁이처럼 착하게 살았던 내 엄마를 멘토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어 “내 엄마처럼 착하고 당해도 참고 남한테 해 안 끼치고 그런 사람이 잘사는 세상이냐. (지금은) 세상이 그렇지 않다. 제가 서민 대통령이 되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TK 가슴에 불을 지르자”며 “왜 우리가 탄핵에 위축되느냐. 이제는 위축되지 말고 다시 가슴에 불을 질러 일어서자. 제가 TK의 적자”라고 외쳤다.

그가 “어느 기자들은 ‘TK 적자는 유승민 후보’라고 말했다”고 하자 당원들은 야유를 쏟아냈다.

전날 서문시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홍 후보 사이의 TK 적자 경쟁에 점점 더 불이 붙는 모양새다.

유승민 후보는 이날 ‘홍준표=무자격자’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자전적 에세이집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출간을 계기로 연 기자간담회에서도 “홍 후보는 대선에 출마할 자격이 없고, 자유한국당 자체가 변한 게 없어 단일화 논의 자체가 있을 수 없다”며 “앞으로 입장이 바뀔 가능성이 없다”고 못 박았다.

유 후보는 보수층이 자신을 지지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소위 ‘배신자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에세이집에서도 유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에 대해 “누군가 뒤에서 내 등을 칼로 찌른 아픔을 느꼈다”고 표현했다.

“언론은 집권당 원내대표와 대통령의 권력투쟁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내가 정치적 미래를 위해 대립각을 세운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지만 내 기준은 단 하나였다”며 “정치를 그만두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옳은 길을 가자는 거였다”는 주장도 폈다.

대구=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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