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박근혜 구속 참변 참회…선의 베푼 삼성에도 죄스러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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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것에 대해 변호인을 통해 자책의 심정을 표현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4일 열린 최씨의 뇌물 혐의에 대한 첫 재판에서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밝히면서 “최씨가 자신의 잘못된 판단과 처신으로 일어난 참변에 대해 참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의 옆 자리인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최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끄덕였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최씨는 선의를 베푼 삼성 측에도 죄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어찌할지 모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씨와 박 전 대통령에게 433억대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최씨는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직접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최씨는 ”특검팀은 제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고 뇌물죄라는 프레임을 가져다 놓고 조사를 했다. 저는 큰 회사를 운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삼성의 경영 ㆍ지배 구조는 알지도 못해 진술을 거부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아무리 대통령 옆에 있다고 해도 재벌 이름은 알기만 했지 보지도 못했다. 대한민국이 법치주의가 안 돼 있고 억울해서 죽으려고도 했다"고 덧붙였다.
최씨의 직권남용ㆍ강요 혐의 사건도 함께 맡고 있는 재판부는 향후 뇌물 사건과 병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뇌물죄와 강요죄 사이에 법률관계가 정리되는 대로 두 사건을 병합할 예정이다. 증인신문 등이 중복되지 않도록 해 심리시간 단축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두 혐의를 두고 박 전 대통령 기소 시점쯤에 공소장 변경 여부 등을 결정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증인석에 서기로 했던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자신의 재판 일정 준비 등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는 14일 김 전 차관을 다시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김선미·문현경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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