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 기준 높인다는데..."일본 기준대로면 올 들어 사흘 중 하루는 초과"

중앙일보

입력

4월 들어 중국발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었다. 3일 서울 남산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서초구 일대의 공기층에 미세먼지가 내려앉았다. 김상선 기자

4월 들어 중국발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었다. 3일 서울 남산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서초구 일대의 공기층에 미세먼지가 내려앉았다. 김상선 기자

 최근 초미세먼지(PM2.5) 오염이 극심한 가운데 환경부가 초미세먼지 환경기준을 미국·일본 수준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기준만 강화해선 아무 소용 없고 실제 초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이 배가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 미국, 일본 수준 농도 기준 강화 추진 #서울은 3월까지 일본 기준 초과일 34일이나 #"미세먼지 배출 적극 줄이려는 노력 병행해야"

 환경부 홍동곤 대기환경정책과장은 4일 "초미세먼지 환경기준 강화를 미국·일본 수준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한국대기환경학회에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지난주 착수 보고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이번에 기준을 강화하면 이를 근거로 사업장 등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규제하고 주의보 기준 등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공장의 배출허용기준이 엄격해지면 일부 업계의 반발도 예상된다.


 현재 한국의 초미세먼지 24시간 기준은 ㎥당 5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이하, 연평균기준은 25㎍ 이하다. 초미세먼지가 농도가 24시간 동안 50㎍을 넘지 않게 하고, 연평균으론 25㎍을 넘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의미다. 24시간 기준보다는 장기간 노출을 의미하는 연평균 기준이 더욱 강하다.

 하지만 이는 미국·일본 등과 비교하면 매우 느슨한 기준이다. 미국과 일본의 환경기준은 24시간 기준이 ㎥당 35㎍ 이하, 연평균기준은 15㎍ 이하다. 두 나라 기준에 맞춘다면 한국 기준이 현재보다 30% 정도 강화되는 셈이다.

각국의 초미세먼지(PM2.5)  환경기준 비교   

국가

연간 환경기준
 (㎍/㎥)

24시간 환경기준 (㎍/㎥)

캐나다·호주

8

25

세계보건기구(WHO)

10

25

미국·일본

15

35

한국·영국·EU

25

50

중국

35

75

자료: 환경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기준은 미국이나 일본보다  높다. 24시간 기준은 25㎍ 이하, 연평균 기준은 10㎍ 이하다. 캐나다·호주는 24시간 기준은 25㎍ 이하로 WHO 기준과 같지만, 연평균 기준은 8㎍ 이하로 WHO 기준보다 강하다. 초미세먼지 오염이 심한 중국은 한국보다 기준이 느슨해 24시간 기준은 75㎍, 연평균 기준은 35㎍이다.

환경부 직원들이 제주 대기오염집중측정소에서 미세먼지를 측정하고 있다. 최근 초미세먼지가 극심해져 국내 기준치를 넘어서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중앙포토]

환경부 직원들이 제주 대기오염집중측정소에서 미세먼지를 측정하고 있다. 최근 초미세먼지가 극심해져 국내 기준치를 넘어서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중앙포토]

 환경부가 초미세먼지 기준을 강화하기로 한 것에 대해 "현행 환경기준도 못 맞추는데 기준만 강화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환경단체에선 "한국 환경기준이 느슨한 만큼 이를 달성하고 있다고 해서 정부가 안심해선 안된다"고 주장해왔다. 

 최근엔 초미세먼지 오염이 악화되며서는 느슨한 기준조차 못 지키고 있다. 실제로 올 1~3월 서울의 초미세먼지 오염도는 평균 34㎍으로 미국·일본 기준의 두 배를 넘기고 있다. 24시간 기준인 35㎍을 초과한 날도 90일 중 34일이나 된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오염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는데 기준만 강화하면 무엇하느냐"고 말했다.
최 소장은 "기준을 강화한다는 것은 높아진 기준에 맞춰 오염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노력하겠다는 약속"이라며 "기준만 강화하는 립서비스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화된 기준에 맞게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서울시립대 동종인(환경공학과) 교수는 "당초 2015년 초미세먼지 기준을 정할 때부터 국제 수준에 맞는 기준을 채택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환경기준을 만들면서 경제적 여건 등을 너무 고려하는 바람에 건강 피해를 예방하는 데는 기준이 큰 도움이 안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 교수는 "이제라도 국민 건강과 국내 호흡기 질환자 현황 등을 감안해 제대로 된 환경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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