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표심에 후폭풍 부나 … 대선 주자들 입장 표명 자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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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새벽 구속된 데 대해 주요 대선후보 진영은 절제된 반응을 내놨다.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의 격앙된 감정을 건드릴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의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 구속은 법과 원칙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 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만인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걸 보여준 것이며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생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에 대해 “ 국민 요구가 있으면 사면위원회에서 다룰 내용”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1호 당원’인 박 전 대통령의 구속에 대해 “전직 대통령으로서 의연하게 대처해주시기 바란다. 국민도 박 전 대통령을 용서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불구속 수사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지만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구속 변수’ 대선 구도 영향은 #“이미 지지율 반영” “반문연대 가속” #구속 파장 놓고 캠프별 관측 달라 #“TK 동정론 확산” “구심력 약화” #친박 향배 놓고도 엇갈린 전망 #홍준표 “국민이 전 대통령 용서를”

박 전 대통령 구속이 선거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여러 가지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캠프 관계자는 “‘박근혜 변수’는 이미 탄핵과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를 거치면서 현 후보 지지율에 대부분 반영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구속이 됐다고 해서 큰 변화가 생기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도 “박 전 대통령 구속이 당장 대선 구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이 ‘반문재인 연대’ 형성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박 전 대통령 구속은 아무래도 보수층에서 반문재인 정서를 강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문재인-안철수 양자 대결 구도가 가시화될 경우 보수층 유권자들이 안철수 후보 쪽으로 이동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수 진영 내부 사정은 미묘하다. 대구·경북(TK) 지역에서 박 전 대통령 동정론이 확산되면 자유한국당에서 친박계 발언권이 다시 강해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의 연대 논의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단 얘기가 나온다. 반대로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이 오히려 친박계의 소멸을 가져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재결합을 촉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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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의원들 자극적 발언 논란〓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의 발언은 논란을 낳기도 했다. 31일 라디오에 출연한 정청래 전 의원은 “(박 전 대통령) 본인이 제일 괴로운 과정은 머리핀 뽑는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은 지난달 30일 인터넷 TV 인터뷰에서 “그분(박 전 대통령)은 변기가 바뀌면 볼일을 못 보지 않나. 서울구치소장이 빨리 변기 교체를 해 야 한다”며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이 아니라 인도적 차원”이라고 말했다.

김정하·안효성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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