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 제거작전 투입할까요, 부모 동의 물은 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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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육군 공병부대 지휘관이 병사들의 전방 지역 지뢰 제거작전에 투입에 앞서 부모동의서를 요구하고 동의하지 않은 병사는 작전에서 열외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공병대 병사 60여 명 집에 안내문 #보호자가 반대한 8명은 투입 안 해 #논란 일자 군 당국 “발송 취소” 지시

28일 육군에 따르면 수도권 소재의 한 육군 공병부대는 지뢰제거 작전에 투입 예정인 병사 60여 명에게 부모 동의 여부를 서면으로 물어본 뒤 동의서를 쓸 것을 지시했다.

이 부대는 ‘지뢰제거 작전이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보호자 동의서와 함께 첨부해 병사의 집으로 보냈다. 동의 여부를 표시한 뒤 부대로 반송해달라는 요청과 함께였다. 60여 명 가운데 병사 8명의 부모는 ‘내 자식이 지뢰제거 작전 투입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부대에 전달했다. 실제로 해당 병사들은 작전에서 열외됐다.

이 부대는 한국전쟁 당시 경기도 일대에 매설된 지뢰제거 임무를 매년 수행했다.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이후 육군은 더 많은 병력을 지뢰제거 작전에 투입했다. 해당 부대는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이후 부모들이 걱정을 많이 하고 민원을 많이 해와 이 같은 조치를 내리게 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장병들의 지뢰제거 작전 투입에 대해 일일이 부모의 동의를 구하고, 동의하지 않은 병사들을 열외한 건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해당 부대 지휘관이 지뢰제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책임을 피하기 위해 미리 꼼수를 쓴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육군은 “해당 부대의 열외 조치와 동의서 발송은 군 방침과는 전혀 상관이 없고, 이를 즉각 취소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부모 동의를 받고 작전에 참여한 병사들과 형평성 문제가 있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면서도 “해당 지휘관이 특별히 규정을 어기거나 군법을 어긴 게 아니기 때문에 구두 경고했다”고 말했다.

군 관련 시민단체인 자주국방네트워크 신인균 대표는 “우리 사회가 군 복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씁쓸한 자화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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