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무장 강도 골프장 습격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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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골프장에 엽총을 든 괴한이 나타났다. 헬리콥터가 하늘을 선회하고, 수십 대의 경찰차들이 골프장에 진입했다. 영화 이야기가 아니다. 5일 호주 뉴사우스 웨일스주 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 2라운드가 진행되던 시드니 라이드-파라마타 골프장에서 일어난 실제상황이다.

대회 도중 트럭 한 대가 골프장 펜스를 뚫고 5번 홀로 들어섰다. 페어웨이를 질주하는 트럭 뒤를 경찰차 25대가 추격했다. 선수들은 혼비백산해 달아났다. 트럭을 멈춰 세운 것은 그린 주변 벙커였다. 트럭이 벙커에 빠져 오도 가도 못하자 괴한은 차에서 내려 엽총을 휘두르며 인근 빈 집으로 달아났다. 이번엔 경찰 헬리콥터가 출동했다. 결국 2시간여의 대치 끝에 괴한이 투항했다. 괴한은 수퍼마켓 강도 혐의를 받고 있었다.

웃지 못할 해프닝이 끝나는가 했으나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선수들이 6번 홀에서 경기를 속개하려 하자 경찰이 범죄 현장을 보존해야 한다며 막았다. 주최 측은 부랴부랴 홀 구조가 비슷한 다른 2개 홀에서 경기를 치르도록 했고, 2라운드 경기는 오후 7시를 훌쩍 넘어서야 끝났다.

이 대회에선 호주교포 이원준(19)이 우승했다. 지난해 8월 KPGA투어 삼성베네스트 오픈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이원준은 2라운드에서 이븐파에 그쳤지만 4라운드 합계 16언더파로 게리 월스텐홈(영국)을 8타차로 제쳤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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