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인들 인도에 '러브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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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뭔가 특별한 게 있나. 최근 미국 기업들이 인도를 위해 로비에 나서는 등 러브콜의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다. 그 대열에 정치인들도 빠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존 케리 상원의원이 지난달 인도를 방문한 데 이어 다음달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인도행 비행기에 오른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정치적으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면서 경제적으론 인도에 원전.핵 시설과 기술을 팔기 위한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 "인도 정부 위해 의회 로비까지"=미 대기업들이 인도에 원전.핵 관련 시설을 판매할 수 있도록 의회를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7일 보도했다. 최근 미-인도 기업위원회가 171개 회원사와 공동으로 워싱턴의 법률회사 패턴 보그스를 통해 의회에 대한 로비를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여기엔 GE.포드.보잉 등 대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현재 미국은 원자력 에너지법(Atomic Energy Act)에 따라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서명하지 않거나 핵실험을 한 국가에 원전.핵 관련 시설을 파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부시 대통령이 원전.핵 관련 기술을 지원하기로 인도에 약속했지만 의회가 법률을 개정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인도는 1998년 세 번의 핵실험을 했으며 NPT 가입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가 원하는 대로 원전.핵 관련 시설을 미국으로부터 수입할 수 있도록 법률이 개정될 경우 법 개정 로비를 해준 이들 기업은 앞으로 인프라 구축사업과 군수품 조달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원전 기술을 가진 GE는 바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1순위 기업이다. 포드는 인도 남부에 연간 5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자동차 공장을 짓고 있으며 보잉은 지난달 에어 인디아에 68대의 항공기를 팔기로 계약한 상태다.

◆ 정치인들 방문 쇄도=최근 1년간 인도를 방문한 미 의원들은 모두 열 명이다. 댄 버튼 하원의원은 의회에서 대표적인 반 인도파 의원으로 통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동료 의원 여섯 명과 인도를 방문한 뒤 "인도의 성장을 칭송해야 한다"며 친인도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존 케리 상원의원은 인도 방문을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는 방도로도 활용했다. 정치인들의 인도를 향한 러브콜은 다음달 부시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할 때 정점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WSJ 등 미 언론들은 "인도에 원전.핵 관련 기술을 지원하는 등 예외를 적용할 경우 미국이 추구하고 있는 비핵화 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며 "그럴 경우 북한과 이란이 핵을 포기하도록 압박하기도 어려워진다"며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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