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女배드민턴팀 창단' 靑 요구에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중앙일보

입력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지난해 2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여자 배드민턴팀 지원 요구를 받은 뒤 이를 “어처구니 없는 일”로 생각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권 회장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렇게 증언했다.

권오준 포스코 그룹 회장이 20일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 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2017.03.20 김상선

권오준 포스코 그룹 회장이 20일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 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2017.03.20 김상선

권 회장의 증언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과 만난 직후 안 전 수석으이 알려준 더블루K 조성민 대표의 전화번호를 황은연 포스코 사장에게 전달해 만나도록 했다.

황 사장과 조 대표가 만난 자리에는 고영태, 노승일씨가 참석했다.


조 대표 일행은 더블루K에 대해 소개하고  46억원 규모의 여자 배드민턴팀 창단을 제안했다. 황 사장은 “말도 안 되는 요구”라며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다음날 안 전 수석이 권 회장에게 연락해 “포스코의 소극적 태도에 더블루K가 불쾌해하니 사과하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후 포스코는 여자 배드민턴팀이 아닌 펜싱팀을 창단해 선수단에 16억원을 지원하고, 운영을 더블루K에 맡기기로 협의했다.

권 회장은 “그때 제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생각을 해보면, 뭐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우리 지구상에 일어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며 “국가에서 다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이니까 우리가 도외시할 수 없지 않느냐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