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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박지르는 정부, 꼼수 부리는 B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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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선
성화선 기자 중앙일보
성화선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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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값을 둘러싼 정부와 치킨 프랜차이즈업체 BBQ의 공방이 일단락됐다. BBQ가 지난 15일 “당분간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소동은 끝났지만 뒤끝은 씁쓸하다. 농식품부는 지난 12일 BBQ를 겨냥해 “국세청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 불공정행위 조사 의뢰를 검토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버티던 BBQ는 3일 만에 백기 투항했다.

농식품부의 강공 대응은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썼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독점 시장이라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지만 경쟁 시장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한 것”이라며 “후진적인 관치 경제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은 가격을 올릴 수 있다. 만약 그게 부당하다면 소비자는 다른 업체를 선택함으로써 그 업체를 응징하면 된다. 그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경제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BBQ의 ‘말 바꾸기’도 가격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 소비자의 의구심을 낳기에 충분했다. BBQ는 가격 인상을 철회하면서 “최근 조류 인플루엔자나 닭고기 값 상승을 이유로 치킨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결정하지 않았고 발표한 적도 없다”고 했다. 그동안의 주장을 뒤집은 것이다. 이게 논란이 되자 이 내용을 제외한 보도자료를 다시 배포하는 촌극을 벌였다.

가격 인상 배경에 대한 답변도 석연치 않다. BBQ는 가격 인상 요인 중 하나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주문 비용(마리당 약 900원)을 꼽았다. 이에 배달앱 업계 1위인 ‘배달의 민족’은 “2015년 8월 수수료를 전면 폐지했다”며 항의 공문을 발송했다. 결국 BBQ는 산지 닭값이 오르고 사회가 혼란한 시기에 ‘꼼수’ 인상을 추진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만 남겼다.

『대한민국 치킨전』 저자인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는 “치킨 판매 가격의 인상을 막는다고 프랜차이즈 유통 과정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프랜차이즈 산업에서 생산자(사육 농가)와 가맹점주는 소외되고 중간 업체들만 이득을 챙기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업계는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들이대며 핑계를 댈 게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왜곡된 시장구조를 바로잡는 길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성화선 산업부 기자